삼성, 7년 만에 전경련 재가입한다

류정 기자 2023. 8. 19.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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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감위 “정경유착 땐 탈퇴” 조건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뉴시스

삼성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탈퇴한 지 6년 8개월 만에 재가입한다. 18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조건부 재가입’을 권고함에 따라, 21일 이사회를 열고 재가입 절차를 밟는 것이다.

삼성 준감위는 이날 “이 사안은 관계사 경영진이 결정할 문제이나, 가입하더라도 정경 유착 발생 시 즉각 탈퇴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삼성은 그동안 전경련 재가입 결정에서 준감위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혀왔는데, 준감위가 사실상 승인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사안이 이사회 의결 사항은 아닌 만큼 삼성은 이사회엔 현안 보고로 마무리하고 재가입할 예정이다.

이에 탈퇴했던 다른 4대 그룹(SK·현대차·LG)도 함께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1961년 결성된 전경련은 한국 경제 중추 역할을 하는 대기업들의 모임으로서 위상이 높았지만, 2016년 최서원(최순실) 사태로 정경 유착 논란이 불거지며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오는 22일 총회에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신임 회장에 취임하고 4대 그룹이 복귀하면 혼란이 일단락될 전망이다.

전경련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지적한 것처럼 ‘정경 유착’을 끊어야 하는 등 과제를 안고 있다. 전경련은 22일 총회에서 류진 신임 회장이 취임사와 함께 새로 출범하는 ‘한국경제인협회’의 윤리 헌장을 발표하고, 독립 기구인 윤리 위원회를 신설해 정경 유착 위험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한경협 살림 전반을 맡게 될 상근 부회장에 기업인이 아닌 외교관 출신 김창범 전 인도네시아 대사 임명을 추진하는 것도, 정경 유착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은 일본 게이단렌처럼 연구와 경제 단체 역할을 동시에 하는 ‘싱크탱크형 경제 단체’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특히 글로벌 동향 파악과 연구 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향후 연구 활동은 해외 네트워크와 외부 전문가에게 의뢰해 ‘연구 개수’보다는 ‘깊이’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4대 그룹도 한국경제연구원 회원 자격을 자동 이관시키는 방식으로 전경련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이미 관련 계열사 이사회에 현안 보고를 마쳤다고 한다. 현대차, LG도 한경연 탈회 의사를 밝히지 않는 방식으로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한경협에 가입되는 회원사들은 삼성 5곳, SK 4곳, 현대차 5곳, LG 2곳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전경련은 미국·일본 등 해외 경제계와의 네트워크가 훌륭해 최근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대응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4대 그룹 입장에서도, 규제 혁신 건의, 자유주의 경제 정신 확산 등을 위해 전경련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월 취임한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이 한경협 출범 후 상근 고문으로 남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 대행은 지난 5월 기자 간담회에서 “임기가 끝나더라도 개혁이 실행되는지 조언, 협조하고 필요하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치권 인사로 분류되는 김 대행이 남는 것은, 정경 유착을 끊겠다는 전경련의 쇄신 의지와 다른 방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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