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中투자 금지, 최대 수혜자는 한국이 될 것”
17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스 포시즌스호텔 연회장. 영화 ‘스타워즈’ 속 인기 캐릭터인 스톰트루퍼의 하얀 갑옷 의상을 착용한 배우 두 명의 호위를 받으며 한국 스타트업 대표자 8인이 무대 위로 올랐다. 이들은 이날 열린 제1회 ‘코리아 콘퍼런스’에서 투자 유치 기회를 모색하고자 한국에서 LA까지 한달음에 날아온 벤처인들이다. 행사 사회를 맡은 배우 손지창씨는 “한국 미래 사업의 별들을 호위하기 위해 스타워즈 영화에 실제 출연했던 스톰트루퍼들을 모셨다”고 했다.
‘코리아 콘퍼런스’는 재미(在美) 한인 금융인의 주도로 꾸려진 한국 벤처 육성 프로그램이다. 2009년부터 14년 동안 수많은 이스라엘 스타트업과 글로벌 투자계를 이어주며 조 단위 투자를 이끌어낸 ‘이스라엘 컨퍼런스’를 본떠 만들어졌다. 지난 3월 비영리기업으로 법인이 설립된 코리아 콘퍼런스의 제니 주 회장은 “최근 수년간 한국 벤처들의 존재감이 미국 투자계에서 빠르게 커지고 있는 만큼, 한국이 주어가 된 콘퍼런스를 만들 때가 됐다는 판단이 섰다”고 말했다.
주 회장은 지난 28년간 UBS, 모건스탠리 등을 거친 자산관리 전문가이자, 세계 최상위 1% 부자 가문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보어스클럽’의 투자 총괄이다. 현지에서 ‘미국 큰손들의 투자 유치 수문장’으로 통할 만큼 강력한 투자계 인맥을 자랑하는 인물이다. 그는 “내 생애를 쏟아 구축한 지식, 자산, 네트워크를 다 쏟아 K브랜드 및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미·중 갈등, 한국 벤처엔 이익
실제로 코리아 콘퍼런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문단을 갖추고 출범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공동 구단주 겸 사모펀드 클리어레이크 캐피털의 공동 창업자인 호세 E. 펠리시아노, 이탈리아 대표 명문가인 메디치 가문의 상속자 로렌초 메디치 등이 자문위원으로 참석했다. 국내 IT 1세대인 이재범 카카오 공동 창업자와 서민 넥슨 공동 창업자도 멘토 역할로 자리를 지켰다.
전날 사전 VIP 행사에서 만난 펠리시아노 공동 창업자는 “한국 벤처들은 미·중 갈등에 따른 미국의 투자 재배치(redirection) 움직임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첨단 기술에 대한 미국인의 투자를 제한하면서, 투자자들의 눈길이 한국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중 관계는 향후 수년간 지속적으로 나빠질 것으로 보이는데, 전통 제조업과 첨단 기술이 고루 발전한 한국은 자연스러운 대체재(natural alternative)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자산 43억달러(약 5조7600억원) 규모를 지닌 세계 600위권 부호인 그는 “나 자신도 1년에 한두 번은 한국을 방문해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韓 기업들 발표에 큰손들 ‘집중’
이날 행사에선 인공지능(AI)·첨단 의료·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의 한국 스타트업들이 발표에 나섰다. 청중석에는 실리콘밸리 3대 벤처투자사(VC)인 NEA, 미국 최대 연예계 에이전시인 CAA 산하 투자 부문인 CAA 벤처스,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한 한국 자산운용사 센트로이드 인베스트먼트 등 쟁쟁한 투자계 관계자 100여 명이 발표를 주의 깊게 들으며 때때로 메모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계 1위 ‘비타민 베이퍼(증기흡입기)’ 제조사인 비타본 바이오의 온유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저희 제품을 체험하고 싶으신 분이 계신가요”라고 묻자, 100여 명의 참석자가 대부분 손을 들어 올려 업체가 준비한 제품이 동이 나기도 했다. 추론형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을 하는 마인드AI가 “대화 주제를 이리저리 바꿔도 하나의 의미를 추론할 수 있는 우리의 기술이 향후 생성형 AI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조만간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신생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하자 청중석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현장에서 만난 스타트업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의 투자계 큰손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물다”며 “한국과 스타트업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넘쳐나는 만큼, 향후 투자자들과 좋은 인연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러시아 특급, NHL 최고 레전드 등극하나
- 김대중 ‘동교동 사저’ 등록문화유산 등재 추진
- 국어·영어, EBS서 많이 나와... 상위권, 한두 문제로 당락 갈릴 듯
- 배민·쿠팡이츠 중개 수수료, 최고 7.8%p 내린다
- 다음달 만 40세 르브론 제임스, NBA 최고령 3경기 연속 트리플 더블
- 프랑스 극우 르펜도 ‘사법 리스크’…차기 대선 출마 못할 수도
- [만물상] 美 장군 숙청
- 檢, ‘SG발 주가조작’ 혐의 라덕연에 징역 40년·벌금 2조3590억 구형
- 예비부부 울리는 ‘깜깜이 스드메’... 내년부터 지역별 가격 공개
- ‘미사포’ 쓴 김태희, 두 딸과 명동성당서 포착 …무슨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