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 성폭행 피해자 가족 “장갑차 퍼포먼스 말고 순찰 더 돌았더라면…”
CCTV 없는 곳 미리 봐둬
대낮 성폭행, 치밀한 계획범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공원 인근에서 대낮 성폭행을 저지른 최모(30)씨는 수개월 전부터 CC(폐쇄 회로)TV가 없는 ‘범죄 사각지대’를 노려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범행에 쓴 너클은 넉 달 전 인터넷에서 샀고, 평소 자주 가던 공원 인근을 범행 장소로 정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이날 신림동 공원 부근에서 30대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성폭행한 혐의(강간 상해)로 최씨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에서 최씨는 “너클을 양손에 차고 피해자를 폭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지난 4월 범행을 저지를 목적으로 온라인에서 금속 재질 너클을 샀다고 한다. 최근 호신용품으로 인터넷에서 팔리는 너클은 주먹에 끼워 사용해 상대방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호신용품으로 팔지만, 범행 도구로 악용한 것이다.
범행 장소는 금천구의 자택과 가까워 운동하느라 자주 간 신림동의 공원 인근을 골랐다. 최씨는 “그곳에 자주 다녀서 CCTV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며 “성폭행이 목적이었고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최씨가 찍힌 영상에 따르면, 최씨는 반팔·반바지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집을 나와 사건 현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완전한 계획 범죄”라며 “지난 4월 너클을 구입한 이후 이번 사건이 일어난 8월 사이 범행 시도가 있었는지 조사 중”이라고 했다.
최씨는 일정한 직업이 없고 독산동 자택에서 부모와 거주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우울증 진단을 받았으나 치료는 받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우울증 등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적은 있지만, 치료를 받지 않았다’는 가족 진술이 있었다”며 “병원 진료 이력 등을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 A씨는 17일부터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으나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한 상태다. 범행으로 머리를 심하게 다치고 한쪽 다리가 부러진 A씨는 병원 응급실에 실려갈 때부터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A씨는 지방 출신으로 대학 입학 후부터 홀로 신림동 고시원에서 살며 임용 고시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가족은 “산에서 운동하겠다며 헬스장도 다니지 않고, 요즘 보기 드물게 명품 하나 없는 건실한 아이였다”고 했다. A씨의 모친은 “어떡해야 하느냐. 거짓말이라고 해라”라며 “어떤 딸인데 왜 거길 나갔느냐”고 오열했다. A씨의 친척은 “서울 한복판 백주대낮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느냐”며 “장갑차로 퍼포먼스만 하면 뭐 하나. 순찰이라도 더 돌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또 다른 가족도 “신림동은 계속해서 우범 지역으로 뉴스가 나온 곳인데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소방이 현장에 늦게 도착해 피해자의 응급 처치가 늦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소방은 17일 오전 11시 44분 신고를 접수했고 낮 12시 1분 공원 입구에 도착했다고 한다. 구급대가 사건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28분이 지난 12시 29분이다. 소방대는 현장 근처에 도착했지만, 정확한 장소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시 10분쯤 먼저 도착한 경찰은 A씨의 상태가 위급하다고 판단해 심폐소생술(CPR)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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