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괴테처럼 휴식하기
“이번 주에는 북국인다운 나의 근면성을 좀 느긋하게 풀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주초 며칠은 엄청나게 더워서 원하는 만큼 많은 일을 못 했다. 그러나 이틀 전부터 선선한 북풍이 불어 대기가 상쾌하다. 9월과 10월은 두 달 모두 아주 좋은 날씨가 될 것이다.”
1787년 8월 18일 로마에 체류 중이던 괴테가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입니다. 240여 년 전 대문호도 지금 우리와 마찬가지로 더워서 일에 차질을 빚었다는 사실이 ‘사람살이, 다 거기서 거기구나’ 싶어 어쩐지 위로가 되지 않나요?
한국 괴테학회를 창설한 고(故) 박찬기 고려대 독문과 교수가 2004년 첫 우리말 완역본으로 출간한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민음사)이 최근 약 900개의 주석과 함께 다시 나왔습니다. 주석을 단 이는 이 책의 담당 편집자 이수은씨. 고전 관련 책을 여러 권 쓰기도 했지요. 그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탈리아 기행’은 독일 작가 괴테가 1786년부터 1788년까지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쓴 다수의 편지와 일기를 1813년에서 1829년 사이에 새로이 엮어 만든 책이다.”
책을 읽다 보면 30대의 젊은 괴테가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1786년 9월 17일 베로나에서 괴테는 씁니다. “내가 이 놀라운 여행을 하는 목적은 나 자신을 속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러 대상을 접촉하면서 본연의 나 자신을 깨닫기 위해서다.” 여행 막바지인 1788년 3월 1일 로마에서 보낸 편지에선 이렇게 적었죠. “장기간의 휴식과 은둔 생활로 나의 고유한 자아가 원하는 상태로 지내다 보니, 완전히 나 자신으로 돌아왔다.” 휴가철이 끝나가네요. 쉬는 동안 모두들, ‘본연의 나 자신’을 만끽하셨나요? 곽아람 Books 팀장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