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 헌법 만든 토양은 민주주의 아닌 전쟁?

유석재 기자 2023. 8. 1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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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콜리 지음 | 김홍옥 옮김 | 에코리브르 | 616쪽 | 3만5000원

1908년 여름, 오스만 제국의 심장부인 이스탄불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반군 지도자들이 술탄에게 요구한 것은 무엇이었던가? 뜻밖에도 1876년에 발효했다가 철회된 제국 최초의 성문 헌법을 복원하는 것이었다. 18세기 중반 이후 새로운 헌법이 여러 국가와 대륙에 걸쳐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며 제도와 문화를 바꿔가던 상황이었다.

영국 출신의 프린스턴대 역사학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세계적 성문 헌법의 역사를 추적하며, 헌법과 ‘전쟁’의 관계를 복원한다. 헌법은 민주주의와 혁명의 열망보다는 전쟁과 침략의 잿더미 위에서 생겨났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독립 혁명과 프랑스 혁명, 그 뒤를 이은 중남미 혁명은 모두 전쟁의 유혈 사태를 거친 뒤 그 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헌법을 낳았다. 여기에 인쇄술의 발달과 출판업자들의 활약이 한몫했다. 결국 헌법은 서로 다른 행위 주체들이 함께 빚어낸 합작품이었고, 그 주체들은 지정학과 불균등한 권력 분배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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