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명작은 완독 후에 ‘첫 문장’을 돌아보게 한다
백수진 기자 2023. 8. 19. 03:02
첫 문장은 마지막 문장이다
김응교 지음|마음산책|316쪽|1만7500원
도스토옙스키는 ‘죄와 벌’의 첫 문장을 수백 번 고쳤다. “찌는 듯이 무더운 7월 초의 어느 날 해 질 무렵, S골목의 하숙집에서 살고 있던 한 청년이 자신의 작은 방에서 거리로 나와, 왠지 망설이는 듯한 모습으로 K다리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일견 평범해 보이는 이 문장엔 감옥같이 비좁은 방에서 나와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으려 하는 주인공의 운명이 암시돼 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가 소설 첫 문장에 숨겨진 거대한 세계를 해설한다. 괴테 ‘파우스트’나 셰익스피어 ‘햄릿’ 같은 고전부터, 김초엽·손원평 등 젊은 작가의 소설까지 서른일곱 편의 첫 문장을 모았다. 해설을 따라 작가의 생애와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면 다르게 보이는 첫 문장도 있다.
저자는 “마지막 문장을 다 읽고, 다시 첫 문장부터 읽고 싶은 작품이 진짜 명작”이라고 말한다. 그 반대도 성립한다. 첫 문장만 읽었을 뿐인데 마지막 문장까지 탐독하고 싶어지는 매력적인 명작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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