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인간 로봇이 당신의 애인과 사랑을 나눈다면
나 같은 기계들
이언 매큐언 지음 |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460쪽 | 1만6800원
인조인간이 당신의 애인을 사랑한다면 어떻겠는가. 심지어 성관계를 맺는다면.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로, 세계적 권위 문학상인 부커상(1998) 등을 받은 이언 매큐언의 첫 SF는 이런 농밀한 질문으로 가득하다. 배경은 1982년 런던. 기술 발전으로 인간과 같은 외형·정체성의 인조인간이 상용화된 때다. 인조인간 ‘아담’을 구입한 찰리는 자신이 사랑하는 ‘미란다’와 함께 그의 성격을 결정한다. 어느 날 아담은 미란다와 성관계를 맺은 다음, ‘그녀를 사랑한다’고 찰리에게 털어놓는다. 알고 보니 미란다가 아담의 성격을 자신을 좋아하도록 설정한 것. 찰리는 분노하면서도, 자신의 사랑이 아담의 그것과 다른지 쉽게 결론짓지 못한다.
인공지능을 소재로 삼은 많은 SF소설이 기계와 인간의 공존을 사회적 차원에서 모색하는 반면, 매큐언은 오직 하나의 질문에 집중한다. ‘인간과 기계를 어떻게 구분 지을 수 있나’. 일상에서 있을 법한 딜레마 상황을 여럿 제시한다. 가령 찰리는 가정 폭력을 당하는 소년을 구한 이후, 그 부모에게서 ‘당신이 아이를 키우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는 쪽지를 받는다. 아담은 ‘유괴’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복지사가 아이를 데려가도록 하지만, 아이를 키우고 싶었던 미란다가 그를 원망한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인간적인 선택을 한 것일까.
인조인간 대부분이 스스로 시스템을 파괴한다는 설정이 소설의 묘미다. 언제나 도덕적으로 행동하도록 설계된 그들은, 부의 불평등으로 많은 이가 죽어가는 사회를 감당할 수 없다. 책이 40여 년 전 시대에 상상력을 가미했음에도 섬뜩하게 읽히는 이유는 ‘기계 같은 인간’이 우리 주변에 많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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