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도서관] 웨스 앤더슨의 비밀 창고… 25년 영화 연대기가 펼쳐지네
웨스 앤더슨
이안 네이선 지음 | 윤철희 옮김 | 윌북 | 192쪽 | 2만8000원
웨스 앤더슨이라는 이름을 가진 영화 마술사의 비법 노트와 비밀 창고를 활짝 열어 보여주는 책. 앤더슨의 9번째 장편영화이자 1억7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첫 블록버스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함부르크와 빈, 카를로비바리와 프라하의 근대 건축물에서 영감을 얻었고, 2차 대전 때 기적적으로 폭격을 피한 독일 작센의 소도시 괴를리츠의 아르데코 양식 백화점 건물에서 촬영됐다. 500개가 넘는 ‘판타스틱 Mr. 폭스’의 인형들은 진짜 캥거루 털과 정밀한 스위스 시계 부품을 사용해 직접 만들어낸 것이다. ‘다즐링 주식회사’의 사이 나쁜 형제들이 탄 열차는 실제 인도 북서부에서 운행되던 열차 차량을 개조해 달리는 철도 레일 위에서 촬영됐다. ‘프렌치 디스패치’의 촬영 현장은 실제 중세시대 성곽이 완벽히 보존된, 우울증에 걸린 유화 같은 프랑스의 도시 앙굴렘이다.
앤더슨 영화의 팬들은 기하학적 대칭으로 이뤄진 건물과 사물, 대비되는 파스텔톤의 색채로 이뤄진 풍경을 보면 “이건 어쩐지 웨스 앤더슨 영화 같은데?”라고 말한다. 이 책은 그런 ‘앤더슨스러운(Andersnesque)’ 모든 것들의 연대기다. 저자는 영국의 영화전문잡지 엠파이어 매거진 편집장 출신의 영화평론가. 앤더슨의 데뷔작 ‘바틀 로켓’(1996)부터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Rushmore·1998)’, 로얄 테넌바움(2001)’,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2004)’, ‘다즐링 주식회사(2007)’, ‘판타스틱 Mr. 폭스(2009)’, ‘문라이즈 킹덤(2012)’, ‘개들의 섬(2018)’을 지나 ‘프렌치 디스패치’(2020)에 이르기까지 그가 연출한 영화 10편과 그 영화를 만든 25년간 벌어진 일들을 담았다.
앤더슨은 “스스로 하나의 장르가 됐다”(에스콰이어)는 평을 받는 영화감독. 그의 영화들은 굉장히 웃기지만 그냥 웃기지만은 않은 코미디이고, 동시에 진심이 가득 담긴 슬픈 영화이다. 아주 별난 인물들이 때로 당혹스러운 소동을 벌이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는 관객은 어쩐지 위로를 받는다. 그의 영화는 늘 현실에 자리잡고 있진 않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을 다룬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가짜임이 확연히 드러나는 데도, 무언가 관객을 끌어당기고 사로잡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대단히 아름답게, 섬세하고 미묘한 톤으로 조율돼 있다.
빌 머레이부터 애드리언 브로디와 틸다 스윈튼까지 ‘왕립 앤더슨 극단(Royal Anderson Company)’으로 불리는 배우들의 목록, ‘웨장센’으로 불리는 그의 영화 속 장소들과 거기에 더해진 앤더슨 만의 터치, 그가 만든 광고와 단편영화들의 목록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정보도 쏠쏠하다.
책 자체가 웨스 앤더슨 영화의 색감과 물성(物性)을 복제한 선물상자 같다. 표지는 스페인 일러스트레이터가 그의 영화 ‘문라이즈 킹덤’ 속 한 장면을 웨스 앤더슨을 주인공으로 오마주한 그림. 책 케이스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속 케이크 상자를 본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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