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99] 아르헨티나의 풍미 ‘아사도’
광활한 목초지에서 풀을 먹고 자라는 아르헨티나의 소는 고기의 씹는 맛과 풍미가 아주 좋다. 곡물 사료가 만드는 마블링에 전혀 관심이 없지만 육질은 질기지 않고 부드럽다. 소고기를 먹는 방법은 ‘아사도(asado)’. 목동 가우초(gaucho)들이 캠프파이어를 하며 불 옆에 고기를 세워 걸고 구워 먹던 데서 유래되었다. 형식이 간편해지면서 근래에는 보통 ‘파리야(parilla)’라고 부르는 무쇠 그릴을 사용한다.
아사도를 할 때 불을 다루고 고기를 굽는 사람을 ‘아사도르(asador)’라 부른다. 보통은 남자이지만 간혹 여자들도 있다. 아사도르는 미리 몇 군데 정육점에 들러서 다양한 부위를 구입한다. 모두 신선육이다. 아르헨티나에서 냉동고기는 팔지도 사지도 않는다. 아사도의 시작은 장작용 나무를 태워서 숯을 만드는 작업이다. 그 숯 위에 고기를 얹으면 마법이 시작된다. 소고기를 잘 아는 나라답게 양지, 토시, 갈비, 곱창 등을 골고루 펼친다. 그리고 오랜 시간, 천천히 익힌다. 강한 불에 빠르게 굽는 우리의 직화구이와는 다른 방식이다. 아사도르는 이 모든 과정을 혼자서 다 한다. 다른 사람들은 참견하거나 거들지 않는 것이 예의다. 소금 이외에 소스는 필요 없다. 좋은 고기에 소스를 바르는 것은 죄악이다.
“누구나 불 위에 고기를 얹을 수는 있지만 소수의 장인만이 맛있는 아사도를 완성할 수 있다”는 표현처럼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아사도에 진심이다. 아사도를 배우기 위한 대학 과정도 개설되어 있어서, 핵심 12과목을 이수하면 공식 마스터로 인정해준다. 아르헨티나 대부분의 가정에는 파리야가 설치되어 있고, 일주일에 몇 번씩 아사도를 한다. 가족 모임과 친구 모임, 특별한 행사를 위한 메뉴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언제나 아사도이기 때문이다. 현지인들 말대로 결혼할 때도, 이혼할 때도 음식은 아사도라고 한다. 아사도는 하나의 사회적 행위다. 자신들의 전통을, 문화를, 그리고 사람들을 찬양하는 의식이다. “유럽에는 와인과 치즈가 있다. 하지만 남미에는 아사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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