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호남 출마 채비...민주당 골칫거리 된 전·현직 대표들

김아진 기자 2023. 8. 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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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줄잇는 대표 잔혹사에 당내서도 “총선 복병”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송영길, 이해찬, 추미애 전 대표(왼쪽부터). 이들은 모두 각종 특혜, 불법 정치자금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하지만 “보수 정권의 공작 수사”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보란 듯이 공개 행보를 하고 있다. / 조선일보DB, 그래픽=송윤혜

더불어민주당의 전·현직 대표들이 꽃길이 아닌 험로를 걷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각종 의혹으로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고 이해찬, 추미애, 송영길 전 대표 등도 수사선상에 놓여 자유롭지 못한 신세다. 한 인사는 고소·고발까지 합쳐 99건의 서면 진술서를 썼다고 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정권 교체에 의한 야당 탄압”이라며 무죄를 호소하고 있지만, 의심받는 혐의들은 이미 문재인 정권 때부터 수사를 진행했거나 정치권 내에서 소문으로 나돌던 것들이다. 이쯤 되면 ‘야당 대표 잔혹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나는 잘못 없고 보수 정권 탓”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여러 차례 검찰에 소환됐다. 이 건 말고도 작년 대선 때 “나는 그 사람(사망한 측근 김문기씨)을 모른다”고 해서 허위 사실 유포 관련 선거법 재판도 받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도대체 혐의가 몇 개인지조차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최근 “TV만 틀면 국민이 보길 원하지 않는 부정부패 대하드라마를 강제 시청해야 한다”고 할 정도다. 이 대표는 이 많은 의혹에도 아직까지 대표직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다.

이 대표 직전 대표였던 송영길 전 대표도 측근 비리인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2021년 자신이 당대표로 뽑힌 전당대회 때 의원과 측근 간에 금품이 오갔다는 것인데, 정작 자신은 탈당한 뒤 떳떳하게 공개 행보를 하고 있다. 오히려 민주당에 “검찰 독재에 겁먹은 민주당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탄생에 기여했던 추미애 전 대표 역시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 사건으로 조만간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검찰은 “특혜가 없었다”며 이 사건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지만, 대검이 재수사 명령을 내렸다. 권익위도 당시 “문제없다”고 했다가 얼마 전, 법무 장관이었던 추 전 대표와 아들 수사 간 “공직자의 이해충돌이 맞는다”고 판단을 뒤집었다. 추 대표는 이외에도 국민의힘,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갖가지 사건으로 고소·고발당했다.

문재인 정부 때 대표를 지낸 이해찬 전 대표는 정계 은퇴를 선언했는데도 뉴스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 수사와 관련해 언급되는 김성태 쌍방울그룹 회장이 매달 3000만원씩 총 7억원에 달하는 용돈 명목의 돈을 최측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통해 전달했다는 것. 민주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하지만, “김성태 회장이 이해찬, 이화영을 통해 이재명에 줄을 댔다”는 얘기는 이미 2021년부터 정치권에서 공공연하게 돌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야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현직 대표가 민주당에 가장 큰 복병”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권 차원의 정치 수사라고 보여지긴 하지만, 조용한 대표가 한 명도 없다는 것도 쉽게 이해는 안 가는 일”이라고 푸념했다.

당 대표 자리는 독이 든 성배로도 불린다. 당내 기반이 있어야 하고, 어느 정도 국민적 지지도 받아야만 앉을 수 있다. 그러나 대선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잘나가다가도 대표가 된 뒤 지지율이 하락하기도 한다. 여야 할 것 없이 말로가 좋지 않은 경우는 많았다. 국민의힘 김무성 전 대표가 2016년 공천을 하면서 ‘옥새 파동’을 일으킨 뒤 그랬고,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는데도 대표를 맡고 인기가 떨어졌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도 비슷한 처지다.

◇전직 대표들은 호남에 출마한다고?

민주당의 또다른 걱정거리 중 하나는 전직 대표들의 호남 출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동영 전 대표는 전북 전주에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원내대표를 지냈던 천정배 전 장관,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각각 고향인 광주(光州), 전남 출마를 준비 중이다.

민주당으로선 혁신위가 당내 중진과 원로에게 공식적으로 불출마를 해달라고 요구한 가운데 이들의 복귀가 매우 부담스러운 분위기다. 그러나 올드보이들도 물러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천정배, 박지원 전 대표 모두 “호남을 위해 일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으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민주당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인적 쇄신, 혁신이 과제인데 원로들이 텃밭인 호남에 출마하겠다고 하면 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며 “그렇다고 ‘나오지 말라’고 하면 또다시 호남이 반으로 갈라질 수도 있어 고민이 깊다”고 했다. 한 호남 의원은 “대표를 지낸 지 십수 년이 넘은 분들”이라며 “당을 위해 좀 더 고민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전 대표는 2006년, 천 전 장관은 2004년, 박지원 전 원장은 2016년에 대표 또는 원내대표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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