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 후, 귀 먹먹하면 돌발성 난청 의심을”[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바이러스 감염 합병증이 주된 원인… 1, 2일 사이에 한쪽 귀만 급성 증세
먹먹함에 이명-어지럼증도 동반… 5분 이상 계속되면 ‘돌발성’ 의심
초기 치료하면 완치율 90% 넘어… 10일 이상 치료 끌면 청력 잃을 수도
강 양은 큰 병원으로 옮겼다. 문인석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검사해보니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왼쪽 귀의 청력이 심각하게 나빠져 있었다. 문 교수는 강 양을 입원시킨 뒤 6일 동안 집중 치료를 시행했다. 퇴원한 후로는 1주 혹은 2주에 한 번씩 상태를 살폈다.
2개월의 치료가 끝난 후 청력은 30% 정도 돌아왔다. 문 교수는 “더 늦게 병원에 왔으면 청력을 완전히 잃었을 확률이 높았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이 병을 ‘돌발성 난청’이라 불렀다. 원인을 알 수 없으며, 갑자기 발생한다고 해서 이런 병명이 붙었다. 문 교수는 “코로나19 합병증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 난청, 종류 따라 원인-증세 달라
전음성 난청은 중이염 같은 귓속 염증이 원인이다. 이 염증 때문에 청각기관인 달팽이관까지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 것. 예전에는 가장 흔한 난청이었지만 환자가 줄어드는 추세다. 염증이 있는 귀에서만 먹먹함, 통증, 고름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급성이라면 하루 만에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만성이라면 몇 달에 걸쳐 서서히 증세가 나타난다. 병원에 가면 원인 질환부터 치료한다. 염증을 제거하거나 항생제 치료를 하며 심하면 수술해야 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감각성 난청 환자가 늘고 있다. 청각을 담당하는 감각기관이나 청신경 등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감각성 난청은 다시 여러 종류로 나뉜다. 그중에서 소음성 난청과 노인성 난청이 가장 흔하다. 소음성 난청은 지나치게 큰 소리가, 노인성 난청은 노화에 따른 감각기관의 퇴행성 변화가 원인이다.
감각성 난청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대체로 3년 이상, 길게는 10년 이상 진행된 후에야 난청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진행 상황을 잘 모를 수 있다. 대체로 양쪽 귀 모두에서 똑같이 이상 증세가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안 들리기만 할 뿐 통증은 발생하지 않는다. 감각성 난청의 경우 약물치료가 크게 효과가 없다. 난청을 유발하는 소음을 멀리하거나 평소에 귀 건강을 잘 관리하는 게 최선이다. 치료의 일환으로 보청기를 착용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이후 ‘돌발성’ 생길 수도”
돌발성 난청은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 여러 원인이 동시에 작용해 발생하기도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바이러스 감염이 가장 큰 원인이다. 청신경종양, 메니에르병이 원인인 경우는 10% 정도다.
문 교수는 돌발성 난청의 대표적 증세로 귀가 먹먹해짐을 꼽았다. 증세는 한쪽 귀에서만 1, 2일 이내에 나타난다. 1주일 이상 서서히 귀가 안 들렸다면 돌발성 난청이 아니다. 이와 함께 환자의 90%에서 이명이 나타난다. 청신경종양이나 메니에르병이 원인이라면 어지럼증이 느껴진다. 통증은 사람에 따라서 생길 수도,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일단 증세가 나타나면 5분 이상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문 교수는 “증세가 아주 짧게 나타난다면 돌발성 난청이 아닐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증세 지속 시간이 짧더라도 반복될 때는 돌발성 난청일 수 있다. 문 교수는 “하루에 10회 이상 증세가 반복된다면 정밀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최근 코로나19 합병증으로 돌발성 난청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 교수에 따르면 한 해외 연구 결과 코로나19 확진자일수록 돌발성 난청 발생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투입한 쥐에게서 귀 안에 있는 달팽이관 세포가 더 손상된다는 실험실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영국에서는 코로나19 입원 환자 1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3%가 청력이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 교수는 “현재까지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청각 신경계에 직접 작용한다는 의학적 확신은 없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점은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문 교수는 이에 따라 코로나19에 확진된 후 귀가 먹먹해진다면 반드시 이비인후과를 방문할 것을 당부했다.
●“치료 시기 놓치면 청력 영구 상실”
다른 난청과 달리 돌발성 난청은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문 교수는 “증세가 나타나고 3일 이내에 치료할 때 효과가 좋다. 아무리 늦어도 7∼10일 이내에는 진료를 시작해야 청력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에 따르면 증세가 나타나자마자 병원에 갔을 때 완치율은 90% 이상이다. 일단 나빠지기 시작하면 완치율은 50% 이하로 떨어진다. 너무 늦게 병원에 간다면 청력을 완전히 잃을 가능성이 있다. 신속한 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문 교수는 최근 치료한 환자 A 씨 사례를 들었다. A 씨는 귀가 먹먹해지고 어지러운 증세를 느꼈다. 곧바로 병원을 찾았는데, 검사 결과 청신경 종양이 발견됐다. 이 종양이 원인인 돌발성 난청이었던 것. A 씨는 일찍 병원에 간 덕분에 난청 치료와 청신경종양 제거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 결과 청력을 100% 되찾았다.
A 씨와 달리 20대 남성 B 씨는 치료를 미루다가 낭패를 봤다. B 씨도 귀가 먹먹하다는 증세를 느꼈다. 하지만 곧 괜찮아지겠거니 생각하면서 치료를 받지 않았다. 한 달이 지난 후 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청력의 30%를 잃은 후였다. 그 후 치료가 듣지 않아 B 씨는 사실상 한쪽 귀의 청력을 완전히 잃었다.
문 교수는 “결국 증세가 나타난 후 얼마나 빨리 병원에 가느냐가 치료 성패를 가르는 셈”이라면서 “일단 증세가 나타나면 동네 의원에서 얼른 치료를 받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한 달 이상 병을 키운다면 대학병원에서도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면역력 키우는 게 최고 예방법”
문 교수는 “돌발성 난청은 면역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특히 50대 이후에 몸에 무리가 가도록 일하다가 돌발성 난청에 걸리는 환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과로하거나 감기 등의 바이러스 질환에 걸렸다면 충분히 쉬라고 했다. 또 몸이 좋아진 것 같기는 한데, 귀만 먹먹하다면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을 것을 당부했다.
돌발성 난청 환자의 절반 정도가 60대 이상이다. 문제는, 질병이 있는 노인의 경우 돌발성 난청 초기 증세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가족의 세심한 체크가 필요하다. 문 교수는 최근 치료했던 70대 후반의 이정심(가명) 씨 사례를 들었다.
이 씨는 파킨슨병 초기 환자다. 간호사였던 이 씨의 딸은 이틀 만에 청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알아내고 치료를 받게 했다. 검사 결과 한쪽 귀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문 교수는 “증세를 일찍 발견한 덕분에 2주 만에 증세가 50% 수준을 회복했고, 곧 100%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특히 치매나 인지장애가 있는 노인들은 자신의 상태를 잘 알 수 없다. 그냥 뒀다가 청력을 상실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가족의 수시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함께 살지 않는다면 매주 1회 이상은 통화한다. 이때 양쪽 귀로 번갈아 가면서 통화하도록 하고, 평소보다 잘 듣지 못한다면 정밀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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