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지연 "24살 '라이온킹'으로 데뷔...배우로 17년, 관객 박수와 환호 덕분"[문화人터뷰]
9월2~3일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그동안 아끼고 아껴뒀던 거죠."
배우 차지연이 데뷔 후 첫 단독 콘서트를 연다. 지난 2006년 뮤지컬 '라이온킹'으로 데뷔한 지 17년 만에 처음이다. 오는 9월2일과 3일 이틀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개최된다.
18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17년간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오로지 관객 덕분"이라며 "콘서트를 어떤 감정으로 하고 싶냐고 했을 때, 정말 '감사'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저는 마음 편하게 했던 작품이 하나도 없어요. 모든 과정이 정말 쉽지 않았죠. 그때 힘을 낼 수 있었던 건 100% 박수와 환호 덕분이었죠. 객석을 채워준 관객들의 응원이 컸어요."
데뷔 10주년, 15주년 기념도 아닌 지금 콘서트를 하는 이유는 뭘까. "데뷔 10년쯤엔 내가 콘서트를 한다고 하면 누가 와줄까 겁부터 났다"고 했다. "이젠 당차게 나가고 싶었어요. 스스로 자부심도 생겼죠. 단 몇 명이라도 저를 믿어주는 분들이 와줄 거라는 자신감도 있죠."
'전시회'를 주제로 한 콘서트는 차지연의 배우로서 삶을 '전시'하듯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그도 공연을 준비하며 데뷔부터 지금까지 활동해 온 지난날을 쭉 돌아보게 됐다.
그는 "24살에 '라이온킹'의 '라피키'로 데뷔한 건 어마어마한 일이었다. 아무것도 모를 때 만나서 너무 아쉬운 작품이다. 다시 꼭 만나고 싶다"며 "'아이다', '드림걸즈' 등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났다. 고충도 있었지만, 지나고 나니 제게 꼭 필요한 작품이었고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 중요하겠구나 싶었어요. 새롭게 도전하고 깨부수면서 계속 개척해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죠. 나는 나대로의 길을 걸어가는 게 중요하죠."
관객들과 만날 곡을 하나하나 고르며 일기를 쓰듯 그 이유를 끄적였다. "이 곡을 왜 골랐는지, 그 곡을 무대에서 불렀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써봤어요. 그 속에 희로애락도, 삶의 굴곡도 많았죠. 노래와 함께 이제는 내 진심과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가장 먼저 떠오른 작품은 '위키드'였다. 공연에선 '디파잉 그래비티'를 들려준다. 2016년 당시 '위키드' 공연을 앞두고 예상치 못하게 아이가 찾아왔다. 기쁨도 컸지만, 예정된 공연에 걱정도 앞섰다. 일각에선 달가워하지 않는 소리도 들었다. 그래서 연습에서도, 무대에서도 더 악착같이 버텼다. 그는 "제 인생에서 가장 가슴 아팠던 공연"이라며 울컥했다.
"임신해서 특혜를 받는다거나 피해를 준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더 씩씩하게 굴었어요. 임신 7개월 정도까지 무대에 올랐는데, 배를 압박한 상태로 소리를 지르니까 부담이 됐죠. 커튼막 뒤에서 태명을 부르며 엄마가 너무 미안하다고 했어요. 아파서 주저앉았지만, 아무한테도 티 내지 않았죠. 그때 왜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나 싶은데, 기회가 된다면 제 한을 풀고 싶어요."
뮤지컬 '라이온킹'은 물론 지난 1월 마지막 공연을 끝낸 '서편제' 등 뮤지컬 8~9곡을 선보인다. "'서편제'의 대전 마지막 공연은 인상 깊었죠. 다시는 할 수 없는 무대니까 후회 없이 다 쏟아냈어요. 남편과 만난 '드림걸즈'나 '몬테크리스토' 등 기뻤던 순간들도 많아요."
'비장의 카드'는 자작곡이다. 콘서트에서 직접 작사·작곡한 곡을 처음 공개하며, 추후 음원도 낼 예정이다. 제목은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지었다. 가사를 붙이기 전에 멜로디를 들려주고 느낌을 묻자, '별빛'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가장 빛나야 하는 20대 초반 청춘의 시간에 힘든 시기를 보낸 차지연 자신에게 전하고 싶은 편지와 같다. 그는 "잘되면 아들 덕"이라고 미소 지었다.
작곡은 남편의 권유로 시작했다. 따로 이론을 배운 적은 없다. 다만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적으로 풀어내는 하나의 표현 방법이다. 지금은 일어나자마자 피아노 앞에 앉는 게 일상이 됐다.
또 평소 좋아하는 곡이라는 아이유의 '러브 포엠'이나 존경하는 가수인 송창식의 '안개'도 편곡을 거쳐 차지연만의 색깔로 들려준다. 게스트로는 배우 정선아와 김호영, 개그맨 김해준이 출격한다. 남편 친구로 친분이 있는 김해준이 유튜브 채널 부캐인 '태양인'으로 등장하고 차지연은 '찌드래곤'을 모창하는 '차드래곤'으로 함께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차지연은 하반기에 뮤지컬로 관객들을 만나며, 내년에 드라마 촬영도 예정돼 있다. '모범택시', '블랙의 신부' 등 드라마로도 영역을 넓힌 그는 매체 활동을 활발히 하는 동시에 무대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무대가 주는 기쁨은 정말 커요. 좋은 작품을 만나면, 무대만큼 황홀한 곳이 없죠."
두 번째, 세 번째 콘서트는 더 다양한 테마로 하고 싶다고 포부도 밝혔다. "소극장에서 어쿠스틱한 곡들로 해보고 싶고, 화려한 쇼처럼 해보고 싶기도 하다"며 "차지연은 콘서트에서도 뭔가 다른 걸 한다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첫 콘서트로 세상 밖으로 나온 기분이 들어요. 17년간 부끄럽지 않게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는 생각도 들죠. '너 꽤 괜찮은 배우로 살아왔다'고 콘서트를 통해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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