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간토대지진 100주년에도 추도문 거부한 도쿄도지사

송평인 논설위원 2023. 8. 18.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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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9월 1일, 대지진이 일어나 도쿄에서 요코하마에 걸친 지역을 파괴했다. 혼란 중에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유언비어가 전해져 그것을 믿은 민중과 군대·경찰의 손으로 다수의 조선인이 학살됐다." 일본 짓쿄(實敎)출판이 발행한 고교 '일본사B' 교과서에 실린 간토(關東)대지진 설명이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은 1980년대부터 시작됐지만 그럼에도 채택률이 높은 역사교과서에서 간토대지진에 대한 기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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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9월 1일, 대지진이 일어나 도쿄에서 요코하마에 걸친 지역을 파괴했다. 혼란 중에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유언비어가 전해져 그것을 믿은 민중과 군대·경찰의 손으로 다수의 조선인이 학살됐다.” 일본 짓쿄(實敎)출판이 발행한 고교 ‘일본사B’ 교과서에 실린 간토(關東)대지진 설명이다. 각주에는 “약 6700명 정도의 조선인 외에 약 700인의 중국인도 살해됐다”고 적혀 있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은 1980년대부터 시작됐지만 그럼에도 채택률이 높은 역사교과서에서 간토대지진에 대한 기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요미우리신문은 올해 100주년을 맞는 간토대지진을 기획기사로 다루면서 13일 1면에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접하고 각지에서 자경단을 결성해 재일 조선인을 닥치는 대로 묶어서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보도했다. 일본도 관계 개선을 위해 움직이는가 관심이 가지만 반응의 정도는 실은 일본 교과서 수준이다. 일본 정부 중앙방재회의 2008년 보고서를 인용해 “사망자와 행방불명자가 약 10만 명이며 이 중 1%에서 수%가 자경단 폭행인 것으로 추계됐다”고 한 부분은 교과서 기술에도 미치지 못한다.

▷간토대지진 희생자 추도식에 역대 도쿄도 지사들은 학살된 조선인을 위한 추도문을 보냈다. 그러나 고이케 유리코 현 지사가 취임한 이듬해인 2017년부터 조선인 희생자 6000여 명이란 숫자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추도문 발송을 거부했다. 올해도 보내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10만 명의 1%인 1000명이라도 추도할 일이고 6000명 이상이라도 추도할 일인데 이 맹랑한 지사에게는 숫자에 따라 그게 되고 안 되고 하는 모양이다.

▷당시의 학살이 일본인의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하는 존 마크 램지어 같은 자가 하버드대 교수로 있다. 극우적인 후소샤(扶桑社)의 ‘새로운 역사교과서’는 “혼란 중에 조선인과 사회주의자 사이에 불온한 계획이 있다는 소문이 확산돼 주민 자경단 등이 사회주의자와 조선인·중국인을 살해했다는 사건이 일어났다”며 비비 꼬아 기술하고 있지만 아무리 정당방위로 만들어보려 해도 글 자체에서 안 되는 건 이 사건이 지닌 반(反)인륜성 때문이다.

▷당시 일본 신문들이 유언비어를 진짜처럼 보도하고 정부가 계엄령을 선포하자 주민들이 불안을 느껴 조선인과 중국인을 살해하게 됐다고 하더라도 일본인의 정당방위가 되는 게 아니다. 일본인이 저지른 학살일 뿐이다. 궤변을 막는 길은 이 사건의 성격을 제노사이드(genocide·인종 학살)로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다. 100주년에 우리가 할 일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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