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 복귀 수순 밟는 전경련, 새 출발해 경제위기 극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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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6년여 만에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복귀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이찬희 준감위원장은 "만일 가입했을 경우 전경련의 정경유착 행위가 지속된다면 즉시 탈퇴하고 운영과 회계의 투명성 확보 등도 철저히 검토한 뒤 (가입을) 결정하라"고 주문했다.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5개 계열사가 다음 주 초 가입 여부를 결정하면 SK, 현대차, LG그룹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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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맏형’ 위상 회복·역할 기대
정경유착 단절·고강도 혁신해야
삼성그룹 재가입이 가시화함에 따라 전경련은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는 22일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신임 회장으로 선임되고 1968년 이후 55년간 사용해온 단체명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바뀐다. 전경련은 과거 ‘재계의 맏형’이라 불리며 산업화와 고도성장에 기여했다. 빛이 밝으면 그늘도 짙다. 2016년 ‘국정농단사태’ 때 개발연대의 유물인 정경유착 악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4대 그룹이 탈퇴했고 조직 위상도 급격히 추락했다. 문재인정부 5년간 각종 국제·경제행사에서 ‘패싱’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현 정부 들어 미국·일본과 경제관계가 좋아지면서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전경련은 윤석열 대통령 대선후보 캠프에 몸담았던 비기업인 출신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을 영입해 재기를 모색해왔다. 지난 3월 윤 대통령 방일 당시 한·일 기업인 행사의 한국 측 주최 역할을 맡아 주목받았다. 5월부터는 일본 게이단렌과 함께 강제동원문제와 관련해 ‘미래청년기금’을 공동 조성·운영하고 있다.
한경협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고 험하다. 불과 수년 전까지 이명박정부의 미소금융재단이나 박근혜정부의 청년희망재단처럼 정권이 주도한 정책을 위해 재계의 돈을 걷는 ‘수금원’ 역할을 했던 게 사실이다. 준감위에서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우려를 표명한 까닭이다. 한경협은 비상한 각오로 낡은 폐습과 결별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윤리경영위원회·윤리헌장 제정 등 내부통제장치를 만드는 게 급선무다. 단순한 재계의 나팔수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싱크탱크’로 변신하겠다는 약속도 이행해야 한다.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하는 시기에 기업과 정부가 한 몸처럼 공동대응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하다. 한경협은 대표 경제단체로 민관의 소통채널 역할을 제대로 하고 통찰력 있는 경제·산업 전략도 제시하기 바란다.
한경협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등 기업인들이 1961년 이 단체를 처음 세울 때 썼던 명칭이다. 당시 기업인들은 기업활동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한다는 ‘사업보국’을 경영이념으로 삼았다. 지금 한국경제는 중국 부동산발 침체와 미국 고금리, 수출 부진 등 대내외 악재가 꼬리를 물면서 유례없는 저성장 위기에 처했다. 도전과 혁신으로 10년, 20년 뒤 나라의 미래를 열 기업인들의 분투가 절실한 때다. 한경협은 초심을 되살려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는 주역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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