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문화] 유튜브 시대가 만들어낸 예술가

2023. 8. 18. 23:2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연주로 구독자들과 소통
유튜버 스미노 하야토 공연 화제
장르·무대형식 기존 포맷 벗어나
새로운 시대 새 예술가 등장 알림

클래식 공연이 매진되는 경우는 정말 손에 꼽는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공연을 매진시킨다는 임윤찬과 조성진의 공연이 아니라면 매진 소식을 거의 듣지 못한다. 그런데 최근 또 다른 스타플레이어가 등장했다. 지난달 열린 그의 리사이틀 공연은 순식간에 매진되었고, 롯데콘서트홀은 그를 보러 온 관객들로 가득 찼다.

그의 이름은 스미노 하야토.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애호가들에게도 낯선 이름이다. ‘cateen’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유튜버고, 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무려 125만명에 달한다. 웬만한 연예인들이 운영하는 채널보다 훨씬 큰 규모다. 그는 유튜브에 자작곡을 포함해 게임 음악, 애니메이션 음악, 재즈,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연주영상을 올리며 구독자들과 소통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영상 중 하나는 모차르트의 작품인 ‘반짝반짝 작은별’을 7가지의 난이도로 구성한 연주였다. 제목은 ‘7 levels of Twinkle Twinkle Little Star’. 뛰어난 작곡능력과 재치로 조회수는 무려 950만을 넘겼다. 또 장난감 피아노로 연주한 모차르트 ‘터키행진곡’은 1000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허명현 음악 칼럼니스트
여기에 더욱 놀라운 건 그의 이력이었다. 그의 학부 전공은 피아노가 아니다. 어릴 적부터 높은 수준의 피아노 교육을 받긴 했지만, 수학이 좋아 도쿄대 이과대학에 진학했다. 지금은 수학과 음악 중에 음악을 더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굳이 수학과 음악을 구분하진 않는다는 놀라운 이야기까지 해왔다.

그가 본격적으로 클래식 공연의 팬들에게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2021년 쇼팽 콩쿠르 이후다. 한국의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우승했던 그 쇼팽 콩쿠르다.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의 전 세계 최고의 콩쿠르다. “난 클래식 음악뿐만 아니라, 재즈도 연주하고, 게임음악도 연주하고 특별히 장르를 구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이 콩쿠르에 나가면 재미있지 않을까?” 스미노 하야토의 쇼팽 콩쿠르 참가 이유였다. 이미 유튜브 세계에선 그의 탁월한 재능을 진작에 알아봤고, 이제 쇼팽 콩쿠르가 확인할 차례였다. 과연 보수적인 콩쿠르 시스템이 그의 재능을 알아볼 수 있을까?

우려와 달리, 스미노 하야토는 3라운드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쇼팽 콩쿠르는 편견을 버리고, 그가 가진 피아노 실력 그대로를 평가했다. 진풍경도 펼쳐졌는데, 스미노 하야토의 연주 차례만 되면, 그의 구독자들이 몰려들었다.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쇼팽 콩쿠르 채널엔 그를 응원하는 팬들로 가득했다. 난도 높은 기술을 완벽하게 수행할 때마다 슈퍼챗(채팅창을 통해 시청자가 유튜버에게 일정 금액을 송금할 수 있도록 한 기능)이 쏟아졌다. 쇼팽 콩쿠르 역사상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정말 기이한 현상이었다.

확실히 지금 클래식 업계가 뭐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예술가다. 소위 말해 어디 계파에도 속하지 않은 새로운 유형의 연주자다. 그가 활동한 영역이 바로 유튜브였기 때문이다. 지난달 리사이틀만 봐도 그렇다. 일반적인 클래식 연주자가 선택하는 포맷을 완전히 벗어났다. 이미 무대 위에는 1대가 아니라, 2대의 피아노가 자리 잡고 있었다. 콘서트용 그랜드 피아노와 가정용 업라이트 피아노였다. 연주 중에 피아노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그때그때 필요한 음악들을 선보였다. 무대 위에서 연주할 장르도 특별히 규정하지 않았다. 그게 재즈든 클래식이든 혹은 그가 작곡한 작품이든, 그가 고른 작품이 곧 무대 위 음악이었다. 마치 유튜브 라이브 같았다.

스미노 하야토는 클래식 음악을 ‘업데이트’해 나가는 음악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시간의 검증을 받은 클래식 작품들이 그 가치를 인정받는 건 당연하지만, 지금 시대에도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예술가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허명현 음악 칼럼니스트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