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베토벤에 더 큰 박수 터질까…‘두 천재’ 자존심 대결 시작된다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3. 8. 18. 23: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계적 오케스트라 9곳, 10~11월 서울집결
베를린필·조성진, 뮌헨필·임윤찬 등 협연도
27세 스타지휘자 메켈레, 오슬로필과 첫 내한
피아니스트 조성진. (c)Christoph Koestlin
한국 클래식 공연계가 이렇게까지 복작였던 적이 또 있을까. 올가을, 해외 오케스트라가 서울에 집결한다. 업계 인사들이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10~11월 국내 무대에 오르는 해외 오케스트만 9곳. 과거엔 일본·중국 투어의 ‘덤’ 같은 존재였던 한국 클래식 시장의 존재감이 커진 데다, 코로나19로 미뤄졌던 기획 공연이 몰린 결과다. 한꺼번에 수준급 악단들이 몰려들면서 클래식 애호가들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어떤 오케스트라가 기립 박수와 호평을 끌어낼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같은 곡·같은 날짜…정면 승부
먼저 인기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이 11월에 각각 베를린 필하모닉, 뮌헨 필하모닉과 협연한다. 공교롭게 협연곡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으로 같다. 국내 클래식계 ‘아이돌’로 불리며 팬덤을 몰고 다니는 이들인 만큼 관객 관심도 높다. 각자 어떤 색깔로 곡을 해석해낼지 관심이 쏠린다.
11월 내한하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c) Monika Rittershaus
먼저 무대에 오르는 건 11월 11~12일 베를린 필하모닉이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키릴 페트렌코 지휘로 연주를 들려준다. 조성진과의 협연은 12일. 베를린필은 1882년 창단 후 푸르트뱅글러, 카라얀, 래틀 등 세계적 마에스트로와 합을 맞춘 세계 최고 수준의 악단이다. 이번 공연에선 베토벤 외에도 하이든, 브람스, 슈트라우스 등 과감한 프로그램을 택했다. 9월 초 예매창이 열릴 예정이다.

같은 달 말엔 독일 남부의 자존심 뮌헨 필하모닉이 임윤찬과 협연한다. 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2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등에서 정명훈 지휘로 임윤찬 무대를 만날 수 있다. 30일 예술의전당 공연은 강주미가 협연한다. 뮌헨필은 임윤찬과의 협연곡 외에도 29일 공연에서 베토벤 교향곡 3번으로 ‘올 베토벤’ 프로그램을 짰다.

뮌헨 필하모닉 단원들. ⓒwildundleise.de
피아니스트 임윤찬. ⓒLisa-Marie Mazzucco
베를린필과 같은 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로열 콘세트르허바우(RCO)는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과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들려준다. 여기에 더해 베를린필·RCO와 함께 세계 3대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빈 필하모닉은 같은달 6, 8일 공연한다. 러시아 출신 거장 투간 소키예프 지휘로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과 협연 예정이다.

런던 필하모닉과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도 일주일 차이로 같은 공연장에서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선곡하며 ‘정면승부’를 벌이게 됐다. 먼저 런던 필하모닉은 5~7일 공연한다. 서울 공연은 7일이다. 역대 10번째, 4년 만의 내한이다.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가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취리히 톤할레는 5년 만의 내한, 한국을 사랑하는 지휘자 파보 에르비는 지난해에 이은 2년 연속 내한이다. 예르비는 에스토니아 출신으로, 그래미상, 그라모폰상, 다아파종상 등을 수상한 실력파 스타 지휘자다. 세계적 입지를 다지고 있는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는 닐센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보인다.

27세 메켈레 등 유명 지휘자 첫 내한
스타 지휘자의 첫 내한과 함께 하는 공연도 있다. 대표적으로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을 이끌고 오는 클라우스 메켈레가 있다. 1996년 핀란드 출생으로 27세 젊은 나이지만 이미 유럽 최고 악단의 포디움을 차지했다. 오슬로필의 상임지휘자일 뿐 아니라 파리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 활동중이며, 2027년 취임할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의 상임지휘자로도 내정됐다.

오슬로필도 1996년 당시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와의 내한 이후 27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는다. 프로그램은 핀란드 대표 작곡가 시벨리우스로 구성했다. 10월 28일 경기 고양아람누리, 3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재닌 얀센이 협연한다.

오슬로필과 내한하는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 (c)John-Halvdan Halvorsen, Oslo Philharmonic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LGO)를 지휘할 안드리스 넬손스도 한국 방문이 처음이다. 그래미상 ‘최우수 오케스트라 퍼포먼스’ 부문을 3차례 수상한 명장이다. LGO 역시 280년 전통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관현악단으로, 1835년 작곡가 멘델스존이 상임지휘자로 재임한 바 있다. 15~16일 이틀간 멘델스존, 바그너, 브루크너 등을 들려준다. 15일 공연에선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슈만 피아노 협주곡을 선보인다.

10월 24일엔 체코 필하모닉을 지휘할 세묜 비치코프이 처음 내한한다. 프로그램은 체코 작곡가 드보르자크로만 구성했다. 1896년 체코필 창립 연주회에서 드보르자크 본인이 자작곡을 지휘했던 바, 오랜 역사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선곡이다. 협연자로 일본 피아니스트 후지타 마오가 오른다.

지난해 11월 오슬로필과 메켈레. (c)John-Halvdan Halvorsen, Oslo Philharmonic.jpg
이렇게 전례 없는 해외 유수 오케스트라의 결집에 업계 일각에선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내비친다. 비싼 푯값을 고려하면 아무리 클래식 애호가라도 선택과 집중을 고민할 수밖에 없어서다. 예를 들어 베를린필의 2005년 내한 때 티켓 최고가가 45만원이었는데, 올해는 더 비싼 50만원대에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일찌감치 티켓 예매를 진행한 11월 29일 뮌헨필과 임윤찬의 세종문화회관 협연 공연은 최고가 33만원인 좌석까지 전석 매진됐다.

그러나 모든 공연이 이런 티켓파워를 기대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의 국내 악단이나 리사이틀 공연은 마케팅 전략을 짜느라 골머리인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KBS교향악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등 국내 악단도 하반기 정기공연 등이 예정돼있다. 또 대형 오케스트라 공연 외에 안드라스 쉬프, 선우예권, 다니엘 뮐러 쇼츠, 유자왕 등의 리사이틀도 잇달아 열릴 예정이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