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후 54년 만에 나타난 친모 “아들 사망 보험금 달라”

아이들이 어릴 때 가출했다가 54년간 연락 한 번 없다가 아들이 죽자 사망 보험금을 챙기기 위해 나타난 80대 친모가 법원의 중재안을 거부하고 보험금을 독차지 하겠다고 주장해 논란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부산고법 2-1부(부장판사 김민기)는 화해권고결정을 통해 수협이 법원에 공탁한 고 김종안씨의 사망 보험금 2억3700여만원 중 1억원을 고인의 친누나에게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사진=뉴시스

법원은 김씨의 사망 보험금 중 약 40%를 누나인 김종선씨에게 나눠주고 소송을 마무리 짓자고 권고했으나, 친모 측은 법원의 중재안을 거절했다.

선원이었던 김종안씨는 2021년 1월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폭풍우에 어선이 침몰하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로 김씨 명의로 사망 보험금 2억3000여만원과 선박회사의 합의금 5000만원 등 총 3억원 정도의 보상금이 나왔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친모가 54년 만에 나타나 아들 사망 보험금을 가져가겠다고 주장했고, 1심 재판부는 현행 민법에 따라 ‘아들의 사망 보험금 2억3000여만원을 지급해 달라’는 친모의 청구가 이유 있다며 ‘인용’ 판결을 내렸다.

이에 김종선씨는 “한마디로 기가 찬다. 친모는 동생이 두 살 정도 됐을 때 우리 삼남매를 두고 가출했다”며 “이후 54년 동안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고 따뜻한 밥 한 그릇을 해준 적 없다”고 했다.

이어 “친오빠가 교통사고로 사망했을 때 경찰서를 통해 연락했으나, 찾아오지 않았다”며 “자신이 낳은 자식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구하라법 및 선원구하라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동생이 죽자 동생이 살던 집과 통장에 있던 1억원을 자신의 소유로 바꾼 것도 모자라 사망 보험금까지 가로채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선씨는 양육 의무를 지키지 않은 부모의 재산 상속을 금지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의 조속한 국회통과를 촉구했다.

구하라법은 가수 고 구하라씨의 오빠 구호인씨가 ‘어린 자식을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구씨 사망 이후 상속 재산의 절반을 받아 가려 한다’며 이를 막기 위해 입법을 청원한 것이다. 2021년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지난해 법무부가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제출하는 등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여야 간 정쟁에 밀려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부산=오성택 기자 fivest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