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 밝힌 박정훈 단장 징계하려는 해병대…"누가 위법행위 했나"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해병대사령부가 고(故) 채 상병 사건을 수사했던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이 외압이 있었다고 언론에 알린 것과 관련, 이를 징계하기 위한 징계위원회를 개최한 가운데 박 전 단장의 변호인인 김경호 변호사는 규정을 형식적으로 위반한 것은 맞지만 실질적으로는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8일 해병대사령부는 박 전 단장이 지난 11일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한 행위 및 이날 16시 10분부터 <KBS>에 출연해 질의응답을 한 행위가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과 '국방홍보훈령'에 근거해 군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며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징계위원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박 전 단장의 법률대리인 김경호 변호사는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16조에 군인 신분으로 대외활동을 할 때 국방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김 변호사는 국방홍보훈령 제20조에 군사에 관한 민감한 사안의 경우 사전에 국방부 관련 부서장에게 검토를 받아야 하고 대변인에게 5일 전 관련 검토를 송부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이 역시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훈령 제15조에 해당 부대에 '보안성 검토'를 받아야 하는 부분을 포함해 위반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다만 모든 규정에는 취지, 목적, 전제가 있기 때문에 실질적 기준으로는 다시 한 번 판단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자세히 설명드렸다"며 "규정의 취지는 군사보안의 보호와 대국민 신뢰 보호인데 (박 단장의) 두 가지 행위 (기자들과 질의응답 및 방송 출연)가 이를 침해했는지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규정에 따라) 군사보안을 보호하려고 한다면 그 전제로 (보호하려는) 대상(군사보안)은 적법해야 한다"며 "국방부 장관부터 법무관리관, 검찰단장이 위법행위를 했는데 그걸 군사 보안이라는 이유로, 공보규정으로 징계한다는 것은 역설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즉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박 전 단장에게 특정 인사들을 수사보고서에서 제외하라고 말한 것 자체가 위법하기 때문에 박 전 단장이 언론에서 말한 이 내용이 '군사보안'이 될 수 없고, 따라서 실질적으로 박 전 단장이 군사보안을 보호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대국민 신뢰와 관련해서도 "사망사건에서 사실을 은폐‧왜곡‧조작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군사법원법 2조를 무력화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대국민 신뢰를 추락시킨 것"이라며 "이걸 지키려고 했던 수사단장이 과연 대국민 신뢰를 추락시킨 사람이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박 전 단장이) 형식적으로는 공보규정의 허가, 승인, 보안성 검토를 위반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실질로 들어가면 보호해야 할 군사보안이 없다. 전제가 무너진 것"이라며 "위법한 국방부 장관의 명령과 법무관리관, 검찰단장의 위법한 행위는 오히려 국민께 알려야 하며 그것이 대국민 신뢰를 제고하는 길이다. 따라서 이 사건은 징계사유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징계위원회 위원에게) 설명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개정된 군사법원법 2조에 따르면 성 관련 범죄, 사망사건인데 범죄 원인이 의심되는 사건 등에 대해서는 군에 수사권이 없다"며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이러한 사건은 관할 경찰청에 '지체없이' 송부하라고 명령을 내리고 있다. 기록과 증거물 모두 송부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박 전 단장이 수사보고서를 관할경찰서에 이첩하려는 것은 법적인 근거에 따른 행동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월 30일 해당 보고서에 결재를 해놓고도 다음날 언론 발표를 1시간 앞두고 돌연 이를 취소했고 이후 보고서를 수사기관인 경찰에 이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또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통해 특정 인사들과 혐의도 제외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이렇게 (지시한대로 박 전 단장이) 했다면 이게 규정 위반이다. 이 사건에서 위법한 행위를 한 사람은 국방부 장관, 국방부 법무관리관 및 불법적으로 서류를 회수해가고 영장을 집행한 국방부 검찰단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아무리 상관이라 하더라도 명백하게 위법한 행위에 대해서는 하관이 복종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오히려 위법함을 알면서 그걸 행하면 하관도 책임져야 한다, 상관의 명령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라며 박 전 단장의 행위는 대법원 판례를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병대에서 박 전 단장에 대한 징계 조치가 나올 경우 군법원이 아닌 행정법원에서 행정소송을 진행할 것이라며 "보직해임을 할 경우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에서 구체적 일시, 장소, 방법, 행위 등을 적어서 출석통지서를 (대상자에게) 반드시 줘야 하는데 이 사건(박 전 단장의 보직해임)의 경우 출석통지서를 보여주고 가져갔고 자세한 내용도 없었다"며 "이것도 사법부에서 취소를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경북경찰청에서 채 상병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경북경찰청은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언제든 수사가 가능하다. 지금이라도 의지를 가지고 수사 의지를 보이는 것이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호하는 것에 부합할 것"이라며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한편 박 전 단장은 이날 징계위원회에 출석하기 전 발표한 입장문에서 "저의 억울함과 국방부의 수사 외압을 알리고 우리 해병대를 지키기 위해 국민의 공영 방송에 출연했을 뿐"이라며 "이런 억울하고 위법한 상황을 야기한 국방부에 방송 출연에 대한 사전 승인을 받으라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방부의 외압과 위법한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며 항명죄로 입건하고 위법한 압수수색을 하는 등 저를 억압하고 있다"며 "불의에 굴복하거나 타협하며 살아오지 않았다.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 그 본질을 잘 살펴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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