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유재석·김태호가 실패한 좀비 특집, '좀비버스'가 해냈다 [Oh!쎈 초점]
[OSEN=하수정 기자] 국민 예능 '무한도전'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좀비 특집 '28년 후', 많은 제작비와 오랜 시간 공들였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단 한 주의 방송 분량도 만들어내지 못한 채 완벽한 실패로 끝났고, 없는 거 빼고 다 있다는 '무한도전'에서 좀비는 금기어가 됐다.
2008년 8월 방송된 '28년 후'는 2018년 '무한도전'이 종영할 때까지 대표적인 실패 프로젝트로 기록됐는데, 이로 인해 유재석은 "완전 폭망 특집 중 하나가 '28년 후'"라며 "다시는 이런 특집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김태호 PD 옆에서 어깨 너머로 열심히 도우면서 배우던 사람이 바로 넷플릭스 예능 '좀비버스'의 박진경 CP다. 당시 연세대를 졸업하고 2008년 MBC에 막 입사했으니, 신입 조연출이었다. '무한도전'을 시작으로 '사남일녀'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으로 큰 존재감을 남겼고, 이후 사직서를 내고 퇴사하면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이적했다.
카카오에 자리잡은 박진경 PD는 이후 '톡이나 할까?' '개미는 오늘도 뚠뚠' 시리즈를 통해 능력을 인정 받았고, 지난 8일 전 세계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좀비버스'를 만들었다. 조연출 때 실패한 좀비 특집을 15년 만에 완성하면서 마치 숙원사업을 이뤄낸 느낌이다.
'좀비버스'는 어느 날 갑자기 좀비 세계로 변해버린 서울 일대에서 퀘스트를 수행하며 살아남아야 하는 좀비 유니버스 예능이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노홍철, 박나래, 딘딘, 이시영, 덱스, 츠키 등 연예인들 주변에 좀비들이 창궐하고, 각 위기마다 미션을 수행하면서 탈출하는 모습을 담았다. 제작진은 전체적인 상황만 설정할 뿐,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연예인들의 실제 성격 및 행동과 위기시 대응 모습이라고. 소설로 치면 픽션과 논픽션이 적절히 섞여있다고 보면 된다.
특히 '좀비버스'는 공개 직후 '오늘의 대한민국 TOP 10' 시리즈 1위에 진입했고, 넷플릭스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8일부터 13일까지 6일간 1,900,000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시리즈(비영어) 부문에서 5위를 차지했다. 한국을 비롯해 멕시코, 페루, 에콰도르, 싱가포르, 홍콩, 대만, 태국, 베트남 등 13개국 국가 TOP10 리스트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것.
대부분 오리지널 시리즈, 동시 방영 드라마가 글로벌 TOP10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비주류로 불리는 좀비를 소재로 국내 예능 프로그램이 당당히 5위에 등극해 눈길을 끌었다. 첫 주에 5위를 차지한만큼 그 이상의 순위도 기대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진경 CP는 자신의 SNS에 "런칭 후 8일 지났는데 좀비버스가 한국 코미디 버라이어티로 도달하리라 예상했던 지점은 훌쩍 넘어간 성적이 나온 듯 싶고(글로벌 탑 5라니) 모인 피드백들 차곡 모아서 이장르의 완성을 위해 무엇을 발전, 보완 해야할지 차근 생각해보는 것으로, 일단 시영-덱스가 같은 배를 탔다는 거지 엔딩에서"라는 글을 게재하며 시즌2를 암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좀비버스'의 모든 것이 '성공적'이라고 할 순 없다. 분명 발전하고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우선 독보적인 능력치를 지닌 이시영을 제외하면 도움을 주는 여성 캐릭터가 거의 없었다. 단체 퀘스트를 수행하는 콘셉트인데, 팀 전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여성 캐릭터는 민폐나 다름 없었다.
좀비만 보면 냅다 소리만 지르는 츠키, 초반부터 다리 부상으로 혼자서는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던 박나래, 도와주는 덱스를 향해 오히려 짜증을 내는 파트리샤 등 시리즈 내내 반복됐다.
츠키의 비명으로 좀비들에게 위치가 노출됐고, 조나단은 다리가 아픈 박나래와 퀘스트를 수행하러 나갔다가 더 많은 팀원이 희생당할 뻔 했다. 파트리샤 역시 놀이공원 장면 전까진 존재감마저 미미했다. 다양한 캐릭터가 존재하는 건 보는 재미를 높이지만, 모든 여성 인물의 역할이 도움을 주기보단 받는 쪽에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반면 남성 출연자들은 나서서 좀비들과 몸싸움을 펼치고, 좀비들의 신경을 딴데로 돌려 유인하고, 미션을 수행해 퀘스트를 완료하고, 능숙한 운전 실력을 발휘하는 등 확연히 달랐다.
이와 함께 '예능도 드라마도 아닌 그 중간에서 애매하다'라는 반응과 '출연자들이 시종일관 연기하고 있는 것 같다', '작위적이라서 집중하기 어렵다' 등의 평가도 제작진의 세심한 피드백이 추가된다면 더욱 완성도 높은 시즌2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 hsjssu@osen.co.kr
[사진] 넷플릭스, '무한도전'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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