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말 ‘세로’부터 사자 ‘사순이’까지…비극으로 끝나는 동물 탈출기 [미드나잇 이슈]
2018년 퓨마 ‘뽀롱이’ 떠올라
관련법 개정…동물권 보호할까
현실은 영화 ‘마다가스카’와는 다르다. 마다가스카는 동물원에서 탈출한 동물 이야기를 그려낸 애니메이션. 탈출한 동물은 동물원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야생을 경험하기도 하고, 어릴 적 인간에 의해 생이별한 부모를 찾기도 한다. 영화와 달리 동물원 우리를 벗어난 현실 속 동물 이야기는 베드엔딩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탈출한 동물들 각기 다른 결말
얼룩말 세로는 지난 3월 23일 서울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탈출했다. 세로는 지역 도로와 주택가를 돌아다니다가 3시간 30여분만에 마취총을 맞고 생포됐다. 동물원 측은 세로의 탈출 원인이 부모 얼룩말의 죽음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에서는 침팬지 알렉스와 루디가 탈출해 2시간여만에 포획됐다. 그러나 알렉스는 더 이상 루디와 함께할 수 없었다. 루디가 마취총을 맞은 후 회복과정에서 기도가 막혀 질식사했기 때문이다. 경북 고령군에서는 지난 14일 암사자 사순이가 민간목장 우리에서 탈출했다. 사순이는 우리에서 20m 떨어진 숲속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1시간 10분만에 사살당했다.
탈출한 동물이 비극적 결말을 맞아 안타까움을 산 사건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2018년 대전 오월드 사육장에서 탈출한 퓨마 ‘뽀롱이’는 탈출 4시간 30여분만에 사살됐다. 사살됐을 때 뽀롱이는 8살 암컷으로 3마리 새끼 퓨마의 어미여서 더 큰 안타까움을 샀다.
사순이 사례처럼 뽀롱이 사살 사살 당시에도 적절성 여부에 의문이 제기됐다. 또 동물들의 권리를 지켜줘야 한다는 주장과 동물원 폐지에 대한 의견이 힘을 얻기도 했다. 뽀롱이가 사살된 사건은 많은 관심을 받았고, 결국 수목장으로 장례식을 치른 뒤 동물원 내부 퓨마사 아래 묻혔다.
개정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법)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이 시행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동물권 신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동물자유연대의 의견이다.
기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고, 전문검사관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동물원수족관법이 지난해 통과됐다. 개정된 동물원법에는 서식환경과 전문인력, 보유 동물의 질병·안전관리 계획, 휴·폐원 시 동물 관리계획을 갖춘 뒤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만 동물원과 수족관을 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미 등록된 동물원은 6년 이내에 허가 기준을 갖춰야 하며, 올 12월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정팀장은 탈출 동물 생포 지침과 동물 탈출 대비 체계, 관리 감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팀장은 “물론 사람의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맹수라는 일반적인 시점에서 대처했다”며 “동물의 생명도 존중받을 수 있는 인도적인 생포 지침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얼룩말 세로 사례처럼 맹수뿐만이 아닌 동물의 탈출에 대한 관리 감독과 시설 자체의 대응 체계를 갖춰야 동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지호 인턴기자 kimja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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