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노는 책방, 가슴이 마구 뛴 [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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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책방 휴무일이다.
관심 가는 것들을 챙겨 놓았다 막상 화요일이 되면 슬그머니 내려놓고 책방에 내려오거나 마당으로 나갔다.
한동안 휴무일 없이 좋다 좋다 하면서 책방에 콕 박혀 지내다 올해는 화요일마다 거의 문을 닫았다.
책방을 하니 혼자 놀기보다 함께 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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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책방 휴무일이다. 화요일에 쉬기로 한 것은 공연장이나 전시회를 가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시골 살면서 그런 것에 대한 욕구가 잦아들었다. 관심 가는 것들을 챙겨 놓았다 막상 화요일이 되면 슬그머니 내려놓고 책방에 내려오거나 마당으로 나갔다.
한동안 휴무일 없이 좋다 좋다 하면서 책방에 콕 박혀 지내다 올해는 화요일마다 거의 문을 닫았다. 연로한 시부모님을 찾아뵈어야 했고, 외부에서 정기 강의 일정이 잡혔기 때문이다. 그러다 방학이 되었다. 총 5주. 갑자기 마음이 설렜다. 뭘 하고 놀지? 매일 논다 생각했는데 진짜 놀고 싶어졌다.
이미 정해진 일정이 있었다. 시부모님 찾아뵙기, 지방 강의, 파주 인쇄소 다녀오기. 그리고 마지막 하루는 공휴일이어서 책방 문을 열어야 했다. 결국 딱 하루 자유로웠다. 미술관을 갈까. 음악회를 갈까. 뒤적이다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영화야 매일 밤 OTT를 통해 보고 있지만, 이 영화만큼은 극장에 가서 보고 싶었다. 바로 '엔니오:더 마에스트로'.
내가 사는 곳 근처에는 상영관이 없어 부득이 서울까지 나갔다. 객석은 듬성듬성 비어 있었고, 중년여성 둘이 조금 시끄럽게 소곤댔다. (그들은 영화가 끝나기 한참 전에 나갔는데 그때도 비닐을 부스럭거리면서 말이 많았다.)
그가 만든 영화음악이 500여 편이라는데 내가 아는 것은 유명한 몇 개뿐. 그래도 그의 육성을 듣고, 귀에 익숙한 음악이 나오고 영화 장면이 나올 때는 그 영화를 봤던 시절로 돌아가 몸이 저리게 좋았다. 진지하게, 때로는 웃으면서, 눈물을 찔끔거리면서 2시간 반이 흘렀다. 엔딩 자막이 올라가는데 좀처럼 일어설 수가 없었다.
바흐와 스트라빈스키와 말러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는 그. 오래 정통 클래식 음악계에서 비주류 취급을 받았고, 아카데미에 여러 번 후보로 오르다 마침내 88세가 되어서야 음악상을 수상한 그. 지우개로 악보를 지우는 그. 머릿속에서 언제나 음악이 맴돈다는 그. 죽음을 앞두고 아내와의 이별을 가장 고통스러워했던 그.
그날 집에 돌아와 '엔니오 모리코네의 말(마음산책 펴냄)'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주세페 토르나토레가 엔니오를 인터뷰한 책. 영화 '엔니오:더 마에스트로'는 이 인터뷰를 기반으로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영화에서 봤던 엔니오의 눈빛과 목소리, 표정, 몸짓이 그대로 따라왔다.
나는 바흐와 모차르트 같은 이들은 하느님이 내려준 음악의 천사라고 생각한다. 그들을 통해 천상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려는, 그래서 이 고단한 삶에서 잠깐이라도 우리의 정신을 쉬게 하고 고양시키려는. 엔니오 역시 우리 시대에 하늘에서 내려온 음악의 천사가 아닐까.
문득 그가 지휘하는 베니스 산 마르코 광장에서의 영상이 보고 싶어졌다. 산 마르코 광장이 그의 음악으로 물들고 밤이 깊어지는 풍경. 그러다 혼자 보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보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산 마르코 광장 실황이니 그곳처럼 저녁에 시작해 깜깜해질 때 끝내면 더 좋겠지. 그러려면 평일 심야책방을 열어야지. 공지를 하고, 그러는 동안 가슴이 뛰었다. 책방을 하니 혼자 놀기보다 함께 놀고 싶다. 물론 이러고 싶어서 책방을 시작하기도 했지만.
책방에는 요요마가 연주한 엔니오 시디를 걸어놓았다. 한스 짐머의 말처럼 그의 음악은 우리 인생의 사운드 트랙이므로.
임후남 시인·생각을담는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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