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구단 역사상 첫 아챔 앞두고 광주와 2-2 무승부…조성환 감독 “비기고도 진 기분 잘 추스르겠다”

K리그1 인천의 제르소(왼쪽)가 18일 광주와의 홈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일본 J리그에서 돌아온 골잡이 무고사의 활약에 제대로 상승세를 타려던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구단 역사상 최초로 오는 22일 홈에서 열리는 하이퐁FC(베트남)과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경기를 앞두고 리그에서 광주FC와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ACL을 향한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게 됐다.

인천은 18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광주와의 리그 27라운드 경기에서 제르소가 멀티골을 터뜨렸지만, 경기 막판 광주 아사니와 엄지성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면서 2-2로 비겼다.

인천은 이날 무승부로 승점 37점을 쌓아 6위로 한 단계 도약, 상위 스플릿에 진입했다. 직전 라운드까지 5위였던 광주는 승점 39점을 쌓아 FC서울(38점)을 누르고 4위로 올라섰다.

이날 경기는 상승세인 팀끼리 맞대결로 주목받았다. 인천은 직전 최근 5경기에서 4승1패, 놀라운 상승세로 순위를 7위(승점 36)까지 끌어올렸다. 무고사가 지난 대구FC전에서 K리그 복귀골을 터뜨렸고, 특히 제르소에게 도움까지 주면서 시너지를 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K리그1 인천의 무고사(가운데)가 18일 광주와의 홈경기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광주도 직전 포항 스틸러스와 경기에서 비기면서 3연승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6경기 무패(2승4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경기 전 상황은 인천에게 유리했다. 광주 센터백 티모가 몸을 푸는 과정에서 부상으로 명단에서 제외됐다. 안영규가 대신 나섰다. 인천이 이 빈틈을 파고 들면서 후반 중반까지만 해도 인천의 승리로 기우는 듯했다.

경기 초반에는 중원에서 팽팽한 싸움이 이어졌다. 광주 이정효 감독은 무고사가 어디서든 슈팅을 때릴 수 있고 결정력도 좋은 만큼 최대한 그에게 공이 가기 전에 저지하는 수비를 하겠다고 했는데 적중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광주도 인천의 강한 허리싸움에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서 전반 중반까지는 슈팅을 단 한 차례 날리는 데 그쳤다. 빠른 측면 돌파로 기회를 노렸다. 전반 25분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에 이은 허율의 헤더가 골문 아래 구석을 향했지만, 인천 골키퍼 이태희의 선방에 막혔다.

인천은 무리하게 전방 압박을 걸지 않았다. 인내심을 가지고 좌우로 크게 볼을 돌리면서 침투 패스를 내 줄 빈틈을 노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광주가 밀어붙이던 흐름이 잦아들고,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긴 했지만 무고사의 슈팅도 나왔다.

광주는 볼 점유율은 60%로 상대보다 앞서고, 슈팅도 5개로 1개에 그친 인천에 앞서며 경기를 주도했지만 골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광주는 후반 들어 센터백 아론을 빼고 미드필더 이순민을 대신 투입하며 수비에 안정감을 더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그쪽이 뚫리면서 흐름을 내줬다.

기회를 엿보던 인천이 후반 5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태희 골키퍼가 날린 롱킥을 제르소가 상대 수비를 제치고 따낸 뒤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후반 14분에는 제르소가 무고사와 합작 플레이로 추가골을 만들어 냈다. 자기 진영에서 볼을 잡은 무고사가 전방으로 침투하던 제르소를 보고 내준 스루패스 한 방에 광주 수비가 무너졌다. 제르소는 상대 골키퍼까지 제치고 슛해 골망을 흔들었다.

인천은 무고사와 미드필더 이명주를 빼주며 체력 안배에 들어갔다.

좀처럼 빈틈을 찾지 못하던 광주는 세트피스 득점으로 다시 흐름을 가져왔다. 베카 대신 투입된 공격수 아사니가 후반 35분 왼발 프리킥으로 추격골을 넣으면서 경기 막판 다시 흐름을 가져왔다. 페널티 박스 바깥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은 수비벽을 넘겨 골문 오른쪽 위로 살짝 휘어지면서 뚝 떨어져 골망을 흔들었다.

광주는 이후 빠른 크로스와 헤더로 계속 두들겼고 후반 추가시간 기어이 동점을 만들어냈다. 이순민이 박스 왼쪽 아래에서 올린 크로스를 엄지성이 헤더, 인천 골키퍼 이태희의 손에 맞았지만 결국 골문으로 향했다.

조성환 K리그1 인천 감독. 프로축구연맹 제공

인천 조성환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비기고도 진 거 같은 기분이 드는 분위기를 잘 추슬러서 ACL을 잘 준비하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인천 |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