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이상설 부정했다가 뒤늦게 “결장”…롯데 감독 서튼의 ‘복잡한 속내’
17일 경기 직전 “어지럼증에 휴식”
치열한 5강 싸움에 적잖은 압박감
임기 마지막 해 입지 스트레스까지
쇠약해진 몸에도 출전 강행한 듯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와 SSG의 경기를 앞두고 온라인상에서 래리 서튼 롯데 감독(사진)의 건강 이상설이 떠올랐다.
서튼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브리핑하는 시간에 정상적으로 나왔다. 그는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나”라면서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다 믿지 마라. 쓰러지지 않았다. 아침에 병원을 다녀오긴 했는데 건강 검진 차원에서 체크하러 갔다”고 말했다. 그는 단호한 어투로 자신의 건강 이상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경기시작 한 시간 전, KBO는 “서튼 감독이 어지럼 증세로 인해 오늘(17일) 경기에 결장한다. 서튼 감독을 대신해 이종운 롯데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는다”고 전했다. 구단 측은 “오전에 병원 검진을 받고 오후에 야구장 와서 괜찮은 상태였으나 브리핑 후에 어지럼증이 있어서 트레이닝 파트와 상의해서 쉬는 걸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서튼 감독의 건강 이상설이 틀리지 않았던 셈이다. 지난해에도 서튼 감독은 두 차례 컨디션 문제로 경기를 지휘하지 못했다. 5월11일과 6월11일 경기에 나서지 못해 당시 수석코치였던 문규현 코치가 경기를 운영했다. 하지만 사전 브리핑까지 한 뒤 결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튼 감독은 무리해서라도 출전을 강행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 팀의 상황과 자신의 입지 등이 연결돼 있다.
롯데는 5강 진입을 놓고 치열하게 싸우는 중이다. 17일 현재 5위 KIA와 0.5경기 차이로 바짝 격차를 좁힌 상태다. 한창 총력전으로 나서야 할 시기에 사령탑이 자리를 비우는 게 팀에 좋은 영향을 줄 리 없다.
2020년 롯데 2군 감독으로 한국 야구와 다시 인연을 맺은 서튼 감독은 2021년 5월 허문회 전 감독이 팀을 떠나면서 이 자리를 대신 맡았다. 올 시즌은 서튼 감독의 계약 마지막 해다. 올해 성적에 따라 그의 운명이 결정된다. 순위 싸움의 스트레스 속에 몸은 쇠약해졌지만 자신의 입지 등도 고려해 출전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엄청난 투자를 했다. 토종 선발 박세웅과는 구단 최초 장기 계약을 체결했고, 유강남, 노진혁, 한현희 등을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영입하면서 170억원을 썼다. 롯데의 시즌 전 목표는 가을야구 진출 이상이었다.
이런 가운데 리그에 홀로 남은 외국인 사령탑은 성적과 리그의 분위기 등에 적잖은 압박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KBO에서는 외국인 감독이 재계약한 사례가 거의 없다. 올 시즌 초에는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이 경질되기도 했다. 벌써 야구계 안팎에서는 서튼 감독 후임에 대한 ‘썰’이 돌고 있다. 서튼 감독은 18일 고척 키움전에 정상적으로 나와 “처방받은 약도 먹고 휴식도 잘 취했다”고 말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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