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를 성장시킨 14마리 반려견[책과 삶]
내 인생의 모든 개
엘리자베스 폰 아르님 지음·이리나 옮김
휴머니스트 | 248쪽 | 1만5000원
엘리자베스 폰 아르님은 1866년 호주에서 태어나 3세 때 영국으로 이주했다. 원래 이름은 메리 애넷 뷰챔프였지만 1891년 이탈리아 여행에서 독일 귀족 헤닝 아우구스트 폰 아르님을 만나 결혼하면서 성이 바뀌었다. 결혼한 뒤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으로 글을 썼다. 1912년 남편이 사망하자 스위스와 프랑스로 건너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 페미니스트 작가 버지니아 울프와 교류했다.
엘리자베스는 한국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미권에선 수려하고 따뜻한 문장으로 유명한 작가이다. 그는 많은 소설을 남겼는데 에세이는 <내 인생의 모든 개>가 유일하다. 결혼 생활이 창작의 토대가 된 소설과 달리 에세이에는 그가 키웠던 개들에 대한 추억이 담겼다. 엘리자베스는 5세부터 70세까지 개 14마리를 키웠다. 개와의 추억들을 이어붙이면 엘리자베스의 일생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된다.
엘리자베스가 결혼해 주로 작품 활동을 하던 시기는 빅토리아 시대였다. 여성은 남성에게 순종하고 가정을 돌보길 강요받았다. 문학계도 남성 중심적이어서 여성 작가가 남성으로 위장해 글을 쓰기도 했다. 엘리자베스는 여성 필명으로 꾸준히 작품을 내면서 여성의 독립, 자신의 발견, 행복의 추구를 담았다.
이 에세이는 개들에 대한 글이라기보다 개들과의 추억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는 글이다. 엘리자베스의 자서전에 가깝다. 엘리자베스는 온화하고 지적인 여성이었지만 현대 관점으로 보면 ‘좋은 견주’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살면서 개를 14마리나 키웠던 이유는 개가 집 안에서 쫓겨났거나, 개를 다른 개랑 바꾸거나, 개를 남겨두고 다른 지역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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