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 타자까지 끌어들이는 1번 타자는 최고의 타자[토요일의 문장]

백승찬 기자 2023. 8. 18.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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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은 1번 타자와 비슷하지 않을지요. 2번 타자까지 끌어들이는 1번 타자는 최고의 타자입니다. 두 번째 문장을 읽고 싶은 마음이 독자에게 생기도록 끌어들이는 첫 문장은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1번 타자입니다. 첫 문장은 두 번째, 세 번째 문장을 읽고 싶은 욕망을 일으켜야 합니다. 야구 경기의 감독처럼 글 쓰는 이는 깊이 생각하고 생각하여 첫 문장을 놓아야 합니다.

- 김응교 <첫 문장은 마지막 문장이다>(마음산책) 가운데

어떤 종류든 글을 써본 이라면, 첫 문장을 쓰지 못해 하얀 공백을 한참 바라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첫 문장만 쓰면 글이 술술 풀릴 것 같은데 그 첫 줄을 쓰기가 그리 어렵다. 시인이자 평론가인 저자는 동양과 서양, 옛 글과 새로운 글을 고루 살펴 37편의 ‘탁월한 첫 문장’을 소개한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스스로 침대 속에서 한 마리 흉측한 벌레로 변한 것을 알았다”(카프카 <변신>),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설국이었다”(가와바타 야스타리 <설국>), “그날 한 명이 다치고 여섯 명이 죽었다”(손원평 <아몬드>) 등 첫 문장을 통해 책의 세계를 탐구한다. 아울러 저자는 첫 문장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그냥 두어 줄 비워두고 시작하라는 실용적 조언도 건넨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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