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의 아기는 왜강제 입양 당했었나[책과 삶]
아기 퍼가기 시대
캐런 윌슨 - 부터바우 지음·권희정 옮김
안토니아스 | 320쪽 | 1만9000원
“엄마와 아기들을 강제로 이별시켜 평생의 고통과 후유증을 만들었던 과거 정부 정책에 대해 호주 국민을 대표해 의회가 사과드립니다.”
2013년 3월21일, 호주 수도 캔버라의 국회의사당에서 줄리아 길라드 당시 호주 총리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과의 대상은 1950~1970년대 호주의 미혼모들이었다. 호주 정부는 이 시기 미혼모가 출산할 경우 강제로 아기를 포기하게 만든 뒤 아기들을 기혼 부부들에게 입양시켰다. 아기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다는 명목이었다. 1951~1971년 사이 이뤄진 강제 입양은 약 15만건에 달한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미혼모를 대상으로 한 강제 입양 정책이 호주에서만 벌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기 퍼가기 시대>는 비슷한 시기 미국에서 자행된 강제 입양의 실상을 폭로하는 책이다. 당시 미혼모와 입양 종사자들의 경험과 증언, 관련 사료 등을 통해 ‘아기 퍼가기’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저자 캐런 윌슨-부터바우는 고3이던 1966년 딸을 낳았다. 그는 딸을 기를 의사가 있었지만 딸은 태어난 지 열흘 만에 ‘강제 입양’을 당했다. 30년 뒤 두 사람은 재회했으나 11년 뒤 딸이 병으로 사망하고 만다. 캐런은 딸의 죽음을 계기로 ‘아기 퍼가기 시대 연구 협의체’를 세우고 관련 연구와 함께 당국에 사과를 요구해왔다. 책은 저자가 자신에게 일어난 일련의 일들을 이해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아기 퍼가기 시대’가 태평양 너머 한국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대목이다. 이 시기 미국 사회를 지배한 사회복지제도가 국내에 유입되며 미혼모성을 병리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은 한국 사회가 입양에 관해 아는 것이 얼마나 적은지 보여준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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