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 사건과 판결 통해 본 ‘헌법의 고장’ 獨의 법정신

이강은 2023. 8. 18.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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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모든 '철학적' 물음을 실질적 물음으로 바꿔 답을 내놓는다. 법은 어떻게든 결말을 내야 하는 연극 차원으로 철학을 끌어올린다. 철학과 달리 법은 어떤 사건도 열린 결말로 둘 수 없다. 사람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는 문제뿐 아니라 학술적으로 불확실한 물음일 때도 어떻게든 결말을 내야 한다. 우리는 법치국가에 살고 법과 규칙이 삶의 질서를 세울 거라 믿는다. 법치국가는 답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답을 내놓아야 한다."

독일 출신의 심리학·법학 전공자로 저널리스트와 변호사이기도 한 저자는 이같이 주장하면서 '헌법의 고장' 독일에서 논란이 됐던 19가지 사건과 판결을 예로 들며 법치국가가 결말을 내는 방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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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얼마나 정의로운가/폴커 키츠/배명자 옮김/ 한스미디어/1만8000원

“법은 모든 ‘철학적’ 물음을 실질적 물음으로 바꿔 답을 내놓는다. 법은 어떻게든 결말을 내야 하는 연극 차원으로 철학을 끌어올린다. 철학과 달리 법은 어떤 사건도 열린 결말로 둘 수 없다. 사람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는 문제뿐 아니라 학술적으로 불확실한 물음일 때도 어떻게든 결말을 내야 한다. 우리는 법치국가에 살고 법과 규칙이 삶의 질서를 세울 거라 믿는다. 법치국가는 답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답을 내놓아야 한다.”

독일 출신의 심리학·법학 전공자로 저널리스트와 변호사이기도 한 저자는 이같이 주장하면서 ‘헌법의 고장’ 독일에서 논란이 됐던 19가지 사건과 판결을 예로 들며 법치국가가 결말을 내는 방법을 소개한다. 책에서 제시한 19가지 사례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주제의식을 다룬다. ‘국가가 나의 자유를 제한해도 되는가’, ‘국가의 감시는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종교의 자유는 언제나 불가침인가’, ‘어떤 의견이든 자유롭게 표현해도 되는가’, ‘인간 같지 않은 인간에게도 존엄성은 있는가’, ‘무엇이 정당한 형벌인가’, ‘국가는 어떤 가정을 보호해야 하는가’처럼. 또 잊힐 권리, 여성 할당제, 동물보호, 양심의 자유, 안락사 등 시대 변화에 따라 우리가 맞닥뜨린 논쟁적인 주제까지 그 범위가 넓고 깊다.
폴커 키츠/배명자 옮김/ 한스미디어/1만8000원
가뜩이나 법은 ‘무겁고 딱딱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논쟁적인 주제를 다룬 책이라고 부담갖거나 꺼리지 않아도 된다. 대부분 흥미를 느낄 만한 사건인 데다 사건의 쟁점과 판결까지 전개 과정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술술 읽힌다. 아울러 법치국가의 시민으로서 법을 바라보는 태도와 관점을 가지는 게 얼마나, 왜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준다. 독자들 스스로 ‘법은 얼마나 정의로운지’, ‘내가 재판장이라면 어떻게 판결할 것인지, 그렇게 하는 게 옳은 것인지’, ‘나와 반대되는 생각이나 주장이 일리가 있는데도 무조건 배척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하게 하거나 자문하게 한다.

특히, 특정 사건에 대해 법률적으로 판단할 때 종교·표현·양심의 자유 등 인간의 기본권을 비롯해 헌법 조항들이 충돌하는 경우처럼 법의 한계나 법적 모순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균형과 타협’을 제시한 게 인상적이다. 저자는 이를 달걀 두 개가 들어가기에는 살짝 비좁은 유리컵에, 껍질을 벗긴 삶은 달걀 두 개를 깨트리지 않고 모두 넣는 상황에 빗댄다. 그리 되려면 각 달걀이 살짝 일그러지면서 딱 필요한 만큼만 다른 달걀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랬을 때 두 달걀이 유리컵 안에서 서로를 파괴하지 않은 채 자기 공간을 가능한 한 넓게 차지할 수 있다고.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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