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을 위한 수면법, 따로 있다
삼성서울병원·카이스트 연구팀
근무 직후 최소 수면만 취한 뒤
다음 야근 직전 자는 ‘분할 수면’
근무 중 높은 각성도 유지 가능
밤을 새워 일하거나 깨어 있어야 할 때 낮잠을 효과적으로 잘 방법을 연구한 결과가 나왔다. 밤샘 근무 직전 또는 직후에 몰아서 잠을 자는 대신, 근무 직후 최소한의 수면만을 취한 뒤 일어나 활동을 하다가 다시 다음 야간근무 직전까지 충분히 잠을 자는 ‘분할 수면 방식’이다. 이 방법을 쓰면 밤샘 근무 중에도 높은 각성도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생체리듬에 맞지 않은 시간대에 억지로 자거나 강제로 일어날 필요가 없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주은연 교수와 임상간호학연구소 최수정 교수, 카이스트 수리과학과·의생명수학그룹 김재경 교수 공동 연구팀은 18일 불규칙한 수면을 취했을 때도 각성도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수학적 모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개발되는 모바일 앱은 원하는 시간대에 높은 각성도를 유지해 업무 효율은 높이고 사고 위험은 낮출 수 있도록 매 순간의 각성도 예측 결과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체에는 해가 뜨고 지는 주기에 적응해 낮에는 높은 능률을 보이고 밤에는 회복을 위해 수면할 수 있도록 하는 생체시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인공조명이 발명된 이후 낮과 밤으로 구분된 근무와 휴식·수면시간의 경계에 변화가 생겼다. 야간에도 높은 각성도와 능률을 요구하는 직종이 늘면서 전체 노동 인구의 약 20%가 교대근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대·야간근무 때문에 수면 패턴이 불규칙해지면 낮 동안 과도한 졸음을 유발해 부상과 사고 위험을 높이고 업무 효율성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연구진은 교대 근무자들의 근무 전후 각성도와 함께 웨어러블 장치를 이용해 수집한 수면 패턴을 분석했다. 야간근무를 해야 할 때도 높은 각성도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수면 패턴을 찾고자 했으나 단순히 수면시간을 늘리는 것으로는 원하는 시간에 높은 각성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발견했다. 또, 미국 국립 직업 안전위생연구소 등 여러 연구기관에서 발표한 기존의 연구 결과들이 제안하는 수면 방법이 서로 상충하거나 현실에서 실천하기에 어려움이 있음을 확인했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진은 교대 근무자들이 불규칙한 수면을 경험한 기록을 축적해 이를 바탕으로 하루 24시간 동안의 각성도를 예측하는 수리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낮과 밤의 변화에 따라 인체에서 주기적으로 변화가 일어나는 일주기 리듬을 반영했다. 교대 근무자들의 근무시간과 수면 패턴에 따라 하루 중 어느 때 가장 각성도가 높거나 졸리는지를 예측하도록 설계했다.
연구 결과, 밤샘 근무 후 수면시간을 근무 직후와 다음 근무 직전으로 나눠서 잠을 자는 것이 효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근무 직후 최소한만 자고 일어나면 이후 다음 근무 전에 다시 잠을 잘 때 더 쉽게 잠이 들 수 있게 하는 ‘수면 압력’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물론 최적의 효율성을 위해선 낮에 일하는 것이 더 좋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야근을 해야 할 때 ‘적응형 생체 분할 수면’이라고 이름 붙인 이 수면 패턴을 따르면 개인의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수면 일정을 조절할 수 있어 실생활에 적용하기 쉬운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이 분할 수면 방식을 실제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하는 모바일 앱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 앱을 통해 자동으로 수집한 수면 패턴을 활용하면 현재의 각성도를 예측하는 한편, 밤샘 근무를 앞두고 있으면 언제 잠이 들면 좋은지를 계산할 수 있다. 주은연 교수는 “교대근무뿐 아니라 불규칙한 생활이나 시차로 인해 발생하는 수면장애를 해결하는 데 최적화된 수면 중재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올 하반기부터 이 모바일 앱의 유용성을 평가하기 위한 본격적인 임상시험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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