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과 지독하게 얽힌 중산층 가족의 흥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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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서울 종로의 패스트푸드점과 카페 입구에는 '부동산 브로커 출입 금지'라는 경고 문구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당시 부동산 브로커라 불리는 이들 대부분은 IMF 외환위기 이후 갈 곳을 잃은 중소기업 출신 전직 '회장님'과 '사장님'이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가족사 같지만 대한민국의 경제개발계획과 도시 팽창, 경제 위기, 부동산 버블 등 경제사가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하게 엮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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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마민지 지음/클/1만7000원
2013년 서울 종로의 패스트푸드점과 카페 입구에는 ‘부동산 브로커 출입 금지’라는 경고 문구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당시 부동산 브로커라 불리는 이들 대부분은 IMF 외환위기 이후 갈 곳을 잃은 중소기업 출신 전직 ‘회장님’과 ‘사장님’이었다. 그들의 입에선 10억, 100억이 우습다는 듯 거액의 돈 얘기가 오가지만, 실현되지 못할 부동산 프로젝트들이다. 아버지가 매일 종로로 출근하다시피 하는 모습을 우연히 발견한 딸은 부동산 사업으로 망한 아버지와 어머니가 왜 그렇게 부동산에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연립주택을 지어 파는 이른바 ‘집장사’를 시작한 아버지는 정부의 도시개발계획 덕분에 큰 돈을 벌고, 어머니는 과감하게 아파트 평수를 넓혀 간다. 아버지의 집장사는 연립주택에서 상가, 빌딩으로 커지고, 어머니는 어린 딸을 데리고 호텔과 백화점을 드나들면 중산층 이상의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강동구에서 터를 잡아 둔촌주공아파트에서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로 넓혀가는 이사 스토리에 송파구 개발 역사가 한 편의 다큐처럼 연상된다.
그러나 IMF가 닥치자 아버지의 사업은 도산하고, 부동산으로 일군 가족의 안식처도 거품처럼 꺼져버린다. 해외여행과 골프 클럽을 즐기던 아버지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당장 전기와 가스가 끊긴 집에서 라면 살 돈도 없어진 어머니가 직접 일을 찾아 나선다.
여러 직장을 전전한 끝에 어머니가 정착한 일은 공교롭게도 기획부동산 텔레마케터였다.
딸은 부동산으로 망하고도 일확천금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언젠가 살던 아파트로 돌아가겠다며 동네를 떠나지 못하는 부모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아버지와 어머니의 부동산 투자 성공이 결코 시대와 운을 타고난 덕분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부동산 실패 역시 개인의 욕망 탓으로만 돌리기엔 치러야 할 대가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지나치게 크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어머니가 몰래 사둔 땅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자신의 욕망과 마주한다.
열심히만 일하면 누구나 집 한 채는 마련할 수 있고 부동산으로 계층이동까지 가능했던 부모세대와 월급만으로는 죽을 때까지 서울에 집을 살 수 없는 청년세대에게 부동산은 과연 어떤 의미인지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이야기의 바탕이 된 영화 ‘버블 패밀리’는 제14회 EBS국제다큐영화제에서 한국 작품 최초로 대상을 수상했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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