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역사를 흔든 ‘워터게이트’ 딥스로트의 탄생
인생의 멘티와 멘토로 이어지던 인연
멘티였던 우드워드 기자 입문으로 격변
워터게이트 조사관 펠트의 결정적 증언
결국 닉슨 대통령의 사임까지 끌어내
우드워드 생전 딥스로트 정체 안 밝혀
수십년 베일 싸였다 2005년 가족이 공개
시크릿 맨/밥 우드워드/채효정 옮김/마르코폴로/2만원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직원들의 사무실이 몰려 있는 백악관 집무동 웨스트윙 대기실에 두 줄로 된 금장에 별이 주렁주렁 달린 청색 해군복을 입은 청년이 들어섰다. 해군 참모총장실에 배속돼 전 세계에서 오는 전신을 감시하면서 고급 메시지나 문서 꾸러미를 백악관에 전달하는 당직사관이었다.
이미 대기실에는 키가 훤칠하고 짙은 양복을 입은 한 중년 남성이 앉아 있었다. 그 역시 서류철 비슷한 것을 들고 있었다.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모습에서 경계를 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우드워드는 이후 동료들과 함께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자료를 찾아다니면서 사건의 진실을 향해 포복을 하듯 앞으로 나갔지만, 결정적인 고비 때마다 펠트의 도움을 받았다. 당시 워터게이트 사건을 조사 중이던 FBI의 부국장 펠트는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의 신원이나 출처를 밝히지 않는 ‘딥 백그라운드’를 조건으로 사실을 확인해주거나 취재 방향을 조언했다.
“하워드 헌트는 사건의 주요 용의자로서 연관성을 보도하더라도 불공정한 일은 아니다, 워터게이트 작전에 자금을 관리한 사람 중에 전직 법무장관 존 미첼의 수석 보좌관들도 있다, 닉슨 선거본부에서 매그루더와 포터에게 현금이 지급됐으며 돈의 흐름이 중요하다….”
딥스로트(Deep Throat)로 지칭된 펠트는 우드워드와 마치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방법으로 서로 연락하고 접촉을 이어갔다. 하지만 우드워드는 급박할 경우 바로 펠트의 사무실이나 집으로 전화해 사실 여부를 확인했고, 펠트 역시 확인을 마다하지 않았다.
“새로운 이름은 알려줄 수도 없고 알려주지도 않겠지만 모든 것은 ‘공격적 보안’이라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 심문을 1500건이나 했는데 침입사건 하나 말고 건진 게 없다는 건 말이 안 되네, 모든 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네.” 어마어마한 이야기에 우드워드가 놀라서 물었다. “이 모든 일의 배후는 백악관이었단 말인가요?” 화를 내듯 그는 말했다. “당연하지, 내 말 못 알아 듣겠나? 백악관과 재선위원회를 위해 첩보활동을 하고 방해공작을 한 자가 50명은 된다고 봐도 무방하네, 그중 일부는 믿기 어려운 방식으로 상상할 수 있는 수단을 전부 동원해 상대방을 공격한 작전이었네, 모든 게 파일에 들어있네.”
보도가 이어지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워싱턴 호텔 침입범들에 대한 유죄 판결, 상원 워터게이트 특위 가동과 특별검사의 수사 착수, 특별검사 해임 및 새 특검 임명 소동, 하원 법사위원회의 탄핵 수사 및 하원의 탄핵안 가결… 닉슨은 결국 1974년 8월 상원의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사임했다.
딥스로트의 정체는 오랜 기간 베일에 싸여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고, 많은 이들이 취재원이 누군지 밝히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우드워드는 당사자가 신원 공개에 동의하지 않는 이상 그가 사망한 후에나 공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5년 5월 31일, 펠트 가족의 변호사 존 오코너가 펠트의 딸과 함께 연예 전문지 ‘배니티페어’에 ‘내가 딥스로트라 불리던 사람이다’는 기사를 통해서 펠트가 딥스로트였음을 공개했다.
밥 우드워드는 최근 한국어로 번역 출간된 책 ’시크릿 맨’에서 워터게이트 사건의 딥스로트로 널리 알려진 마크 펠트와 그의 인연을 자세히 공개했다. 펠트와 인연이 시작되고, 멘토 또는 친구로 발전해 가며,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에서 도움 받은 내용과 그 방법, 이후 엇갈린 행보와 비밀유지 의무 이행과 그 해제까지. 우드워드 특유의 느끼한 문체는 여전하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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