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적격’ 사유 쏟아진 이동관 청문회, 임명 철회해야
18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홍보수석 시절 언론 장악과 아들 학교폭력 무마 의혹 등이 수없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황당무계한 일”이라고 부인하거나, “현장 본 사람이 없다”는 식으로 동문서답했다. 방송의 독립성 의지와 공직자로서의 도덕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방통위원장에 부적격한 사유만 눈으로 더 확인한 청문회였다.
이 후보자는 아들이 학폭이 발생한 1학년 때 이미 화해했다는 그간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고, “후보자 부인이 생활기록부 내용을 고쳐달라고 요구했다”는 당시 담임 선생의 인터뷰 보도를 “일방적 주장”이라고 부인했다. 그 담임 선생이 참고인으로 출석해 확인해보자는 야당 요구는 여당이 동의하지 않았다. 일단 국민들이 지켜보는 청문회에서는 소낙비를 피해보려는 언행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국회는 이 후보자의 거짓말·위증 시비로 비화될 수 있는 이 사안의 진위를 규명해야 한다.
청문회에서는 언론 장악·탄압 시도가 시종 쟁점이 됐다. 이 후보자는 2008년 이병순 KBS 사장에게 전화를 해 아침방송 진행자 교체를 요청한 의혹이 새롭게 제기되자, “이 사장의 증언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말을 돌렸다. 이 또한 진상을 가려야 할 대목이다. 이 후보자는 ‘홍보수석실의 국정원 사찰 지시’ 수사기록 추궁에는 “처음에 한두 번 가져오길래 갖고 오지 말라고 했다”며 일부 사실을 인정했다. 과거 언론사 ‘문제보도’를 관리한 데 대해서는 “이런 정도의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기본 직무”라며 여전히 정당화하는 발언을 했다. 또한 ‘대통령 (언론인) 전화 격려 리스트’를 작성한 경위에 대해서도 “현장에서 (대통령에게 전화를) 몇번 바꿔드린 적이 있다”고 시인하며, 문제 삼는 걸 이해 못하겠다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이런 언론관이라면 방통위 수장으로서 자격 없음을 스스로 공증한 걸로 보는 게 타당하다.
현재 방통위는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의 조기 면직 후 김효재 직무대행 체제로 KBS와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의 해임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의 해임안을 밀어붙이다 부결된 뒤 17일엔 윤석열 대통령이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을 해촉시켰다. 방송심의위에 내부 규정도 없어 출퇴근 문제 등을 경고해놓고 해촉 사유로 삼은 것이다. 방송·언론계 장악을 위한 점령군식 폭주를 시작한 셈이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지금 공영방송의 가장 큰 문제는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 아니라 노조로부터의 독립”이라며 공영방송의 외압 차단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반성하지 않는 사람은 과거 문제된 일을 되풀이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현업 기자·시민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자 임명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를 무겁게 성찰해야 한다. ‘방송장악 기술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윤석열 정부가 방송·언론의 독립성과 권력 감시 사명을 철저히 무시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볼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방통위원장 신뢰를 흔들고 정쟁만 키울 이 후보자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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