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 준법감시위도 ‘정경유착 우려’한 전경련 가입할 건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18일 임시회의를 열고 전경련 재가입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전경련 혁신과 정경유착에 우려를 표했지만, 재가입 문제는 찬반 입장 없이 “정경유착이 발생하면 즉시 탈퇴할 것”을 권고하는 데 그쳤다. 과거 국정농단 재판 중에 ‘준법경영 지렛대’로 출범한 준법감시위가 미온적 결정을 한 것은 유감스럽다. 삼성이 기업별 이사회에서 전경련 복귀를 결정하면 SK·현대차·LG 등도 뒤따를 거란 관측이 나온다.
4대 그룹이 전경련을 탈퇴한 것은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파문 때다. 기업들 돈을 걷어 보수단체 시위를 지원한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기류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뒤집혔다. 윤 대통령 멘토라는 김병준씨가 지난 2월 회장직무대행을 맡은 뒤 ‘정치·민원 창구’로서의 전경련 역할이 커지는 중이다. 전경련은 윤리헌장을 만들어 정경유착 고리를 끊겠다는데, 김씨가 상근고문직을 신설해 전경련에 눌러앉겠다는 걸 보면 소가 웃을 일이다. 오는 22일 전경련 임시총회는 새 출발이 아닌 ‘한국경제인협회’로의 간판갈이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삼성 준법감시위 우려도 이런 인식과 멀지는 않다. “전경련 혁신안은 단순히 선언”이라고 봤고, 전경련 인적 구성 시 정치권 개입은 절대로 안 된다고 반대했다. 정부와 전경련의 낡은 관치경제 인식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검증·확신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전경련 복귀를 막지 않은 것은 권력 눈치 보는 기업들의 선택지를 열어준 걸로 해석된다.
기업에는 상전이고 정권에는 하수인이고 권력과 민원 창구로서의 전경련은 한국 사회에 더 이상 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국정농단 파문 당시 한국 사회가 얻은 교훈일 수 있다. 재계 1위 삼성의 결정은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준법감시위 우려대로, 삼성은 전경련 혁신과 정경유착 고리가 끊어진 걸 확인하고 가입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국정농단 연루를 반성한 삼성의 사회적 책임을 무겁게 새기고, 신중히 결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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