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을 훌쩍 넘겼는데”…끝나지 않은 벌방리의 고통
[KBS 대구] [앵커]
경북에서만 25명의 목숨을 앗아간 집중호우가 난 지, 벌써 한 달이 훌쩍 넘었습니다.
하지만 예천에서는 주민 2명이 아직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데요,
오늘도 필사의 수색 작업이 이어진 가운데,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은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김지홍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곳곳에 돌 더미가 수북하고 골목길은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정도만 정리됐습니다.
응급복구가 끝난 다른 집들과는 다르게 아직 손도 못 댄 이곳, 지난달 60대 윤 모씨가 실종된 집 터입니다.
지금까지 다섯 번 넘게 근처를 파헤쳤지만 윤 씨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3년 전 귀농한 부부의 꿈도 하루아침에 휩쓸려갔습니다.
[실종자 가족 : "고생은 다 했는데 살만하니까 이렇게 됐네요. 옷 조각이라도 봤으면 좋겠어. 뭐라도 찾아야 장례를 치러주든 뭘 해줄 수 있는데 아무것도 못 하고 있어요."]
수색 과정을 지켜봐 온 주민들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웃을 살뜰히 챙겼던 윤 씨의 일이 남 일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박우락/예천군 벌방리 이장 : "반찬 같은 거 하면 나눠서 같이 먹고 했던 사이라고 그래요. 두 분 다. 같이 또 실종이 돼버려서 주민 한 사람으로서 너무 가슴 아프죠."]
지난달 집중호우로 발생한 실종자 중 감천면 벌방리 주민 2명만 아직 가족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실종 34일째, 지금까지 동원된 수색 인원은 만 7천5백여 명으로 늘었고, 수색 범위는 마을에서부터 강정고령보까지 백80킬로미터로 넓혔습니다.
[김장수/경북소방본부 119특수대응단장 : "장기간 수색으로 힘든 점도 있지만, 실종자를 오랜 시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분들과 같은 심정으로 수색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가족 소식만을 애타게 기다리며 아직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이들, 간절한 기다림이 무색하게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지홍입니다.
촬영기자:최동희/화면제공:경북소방본부
김지홍 기자 (kj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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