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침해 아닌 '부정경쟁방지법' 위반…法, 엔씨 '리니지M' 손 든 사정은

"리니지M 시스템, 다른 게임과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은 아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라움아트센터에서 열린 엔씨(NC)소프트 리니지2M 미디어 쇼케이스 '2nd IMPACT' 행사에서 게임을 소개하고 있다. 2019.9.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박소은 정윤미 기자 = 엔씨소프트(036570)가 웹젠(069080)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중지 소송에서 재판부는 웹젠이 저작권 침해가 아닌 부정경쟁방지법을 어겼다고 봤다. 쟁점이 됐던 △아인하사드 시스템 △무게 시스템 △장비 강화 시스템 △아이템 컬렉션 시스템 등은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61부(부장판사 민세용)는 엔씨소프트가 웹젠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소송 1심에서 원고(엔씨소프트) 승소 판결을 내렸다. 청구금액 11억원 범위 내에서도 모두 인용해 웹젠은 엔씨에게 10억원(부가세 포함) 및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원고(엔씨)가 주장하는 이 사건 각 구성요소의 선택·배열 및 조합이 전체적으로 어우러져 원고 게임 자체가 다른 게임과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가지고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아인하사드 시스템을 예로 들었다. 아인하사드 시스템은 충전한 아인하사드 수치별로 몬스터 사냥시 경험치·재화 획득량 및 아이템 획득 가능성을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양사는 재판 과정에서 리니지M의 아인하사드 시스템과 R2M의 유피테르의 계약 시스템이 유사한지를 두고 다퉜다. 색깔 및 하단에 기재된 숫자로 단계를 구분한 게 게임 시스템을 표절한 것인지 일반적인 MMORPG 게임의 표현 양식인지 의견이 갈렸다.

재판부는 "피고(웹젠)이 원고 게임의 위 표현 부분에 의거해 실질적으로 유사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유사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원고 게임 전체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저작권 침해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R2M 출시로 엔씨의 영업상 이익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봐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봤다. 리니지M의 명성과 고객흡인력에 무단으로 편승하기 위해 R2M을 출시·제공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웹젠이 R2M을 통해 얻은 부당이익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봤다. 2020년 8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애플 앱 스토어 및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R2M을 제공해 얻은 매출액 7939만5817달러(추정, 현재 환율 기준 1064억원)에서 경비 등을 제외한 240억원에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엔씨는 1심에서 웹젠에 대해 1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향후 항소심을 통해 청구 범위를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재판부는 이날 "금전 청구는 일부만 해 그 범위에서만 인용했고, 청구 금액을 넉넉히 초과할 것은 명백하다"고 판결했다.

sos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