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6 설거지" 민주화운동 동지회에 왜 엄마부대가?
"운동권 역사관 설거지" 민주화운동 동지회 결성
왜 출범 기자회견장에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가?
동지회 측 "불쑥 들어와"…"새로운 시작" 구호외쳐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1970~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일부 운동권 인사들이 지난 15일 “운동권 역사관을 설거지하겠다”며 '민주화운동 동지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공터에서 연 출범 기자회견에서 “민주화운동의 상징 자산을 주사파가 사취해 독점 이용하는 어이없는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잘못을 바로잡자”며 “우리가 만든 쓰레기는 우리가 치우자”라고 선언했다.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으로 1985년 미 문화원 점거 농성을 주도했던 함운경씨가 동지회장을 맡았고,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사무처장을 지낸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활동한다.
이들은 대한민국이 청산해야 할 대상으로 △'해방전후사의 인식'이 남긴 반(反) 대한민국 역사 인식 △민주화운동의 상징 자산 사취(詐取) 및 독점 △반미·반일 프레임에 갇혀 북한의 신정(神政) 체제에 관대한 모습 △상대를 타도 대상으로 보는 독선과 흑백 등을 꼽았다.
보수언론은 “586 운동권 정치인들이 민주화운동 동지회의 반성문을 허투루 들어선 안 될 일”이라며 이들을 주목했지만, 일각에서는 비판과 함께 냉소를 보낸다. 기자회견장에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가 참석한 것이 입길에 오르내렸다.
'산하'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김형민 PD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 대표가 기자회견장에 참석해 찍힌 단체 사진을 공유하고는 “저건 엄마부대 주옥순. 현장에서 주최 측 동의 없이 끼어든 것이라 변명하지만. 사실 당신들이 전광훈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김문수와 다른 것이 없어 보이는데 주옥순이 저 틈에 낀들 이상한 게 무어랴”고 조소했다. 민주화운동 동지회가 그럴 듯하게 '운동권 설거지'를 기치로 내걸고 출범했지만, 보수 정치권과 권력에 영합하는 활동에 그칠 것이라는 조소이기도 하다.
엄마부대는 과거 박사모, 대한민국어버이연합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단체로 유명했고, 세월호 유가족을 공격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처로 한일 양국 갈등이 정점을 향하던 2019년 8월 주 대표는 “아베 수상님, (한국의) 지도자가 무력하고 무지하여 한일 관계 모든 것을 파괴한 것에 국민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발언해 구설에 올랐다. 지난달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관저 앞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극단적 아스팔트 우파'를 상징하는 주 대표는 15일 기자회견장에서 “새로운 시작이다! 파이팅”이라며 구호를 선창하며 분위기를 돋웠고 기념사진 촬영도 했다.
동지회 측은 주 대표와는 선을 긋고 있다. 기자 요청에 사진을 찍으려고 한자리에 모였을 때 발기인도 아닌 주 대표가 무리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함운경 동지회장은 18일 통화에서 “그 사람은 발기인도 아니고, 그저 불쑥 들어와 사진이 찍힌 것”이라며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다. 그 사람과 한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의견을 구한 적 없다”고 했다. 함 회장은 “우리가 그렇게 되길(주 대표와 함께하길) 바라고 그럴 거라고 믿는 분들은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랑은 아무 상관 없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주 대표는 8·15 '태극기 집회' 참석차 광화문 현장에 왔다가 동지회 기자회견장을 들렀다고 했다. 주 대표는 통화에서 “(민주화운동 동지회) 기자회견장에 아는 분은 몇 분 있었다. 내가 운동한 지 21년째인데 모르는 사람이 있겠느냐”며 “뉴라이트 운동을 오래 해서 아는 사람이 많다. 전라도 (출신) 함운경, 그분도 언론에 많이 나왔잖느냐”고 했다.
주 대표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구호를 외친 데 대해 “우리는 반공주의자들이다. 어릴 때부터 간첩은 신고하라고 교육받았다”며 “솔직히 그 사람들(운동권), 그동안 나라에 얼마나 많은 해악을 끼쳤나. 여태까진 운동권으로 살며 나라를 망치는 앞잡이 노릇을 했으니 이제라도 새로 시작하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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