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동맹’ 피하면서도 ‘ 3자 협의 공약’으로 ‘동맹 버금 안보공조’
한일 과거사 갈등 존재하는 한 동맹 수준 발전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한미일이 오는 18일(현지시간)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역내외 위협에 공동 대응’을 골자로 한 결과문서를 채택하기로 하면서, 3국 안보 협력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사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아 ‘한미일 동맹’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지만, 위기 시 서로 협의하도록 약속하는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에 합의하기로 한 만큼, ‘동맹에 버금가는 안보 공조’를 이루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외교가에서는 한미일 정상이 내놓을 결과문서 3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으로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을 꼽는다. 앞서 공개된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과 ‘캠프 데이비드 정신’(Spirit of Camp David)과는 별도 문건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지 프레스룸 브리핑에서 해당 문건에 대해 "‘캠프 데이비드 정신’ 공동 언론발표문에서 역내외 공동 위협에 대한 한미일 3국의 즉각적인 협의와 공조 방안을 떼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한미일 안보협력이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조의 범위도 넓어진다. 위협 대상이 북한 핵·미사일 도발뿐 아니라, 지역·글로벌 범위로까지 크게 확장된다. 군사 안보뿐 아니라 경제안보, 사이버안보 등 광범위한 분야를 포괄한다. 이 관계자는 "역내외 발생한 위협에 대해 3국이 우리 이익과 직결된다고 생각할 때 같이 정보를 교환하고, 메시지를 조율하고,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해상 도발, 통상 분규, 사이버 위협 등을 위협의 예로 들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가중함에 따라 3국 안보협력 수준과 범위를 한층 끌어올려야 한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러한 협의가 구속력이 있는 ‘의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커미트먼트 투 컨설트’(Commitment to Consult)가 문서 제목"이라며 "듀티(duty)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어떠한 새로운 국제법적 의무도 부과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에는 이게 위협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협의에) 나오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재차 설명했다. ‘3자 협의 공약’ 문건에 대해 ‘위기시 서로 협의하는 의무(duty)를 서약(pledge)’하는 내용이라고 한 백악관 설명과는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실제 현재 한미 모두 ‘동맹’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출국 수 시간 전 브리핑에서 ‘준안보동맹’ 질문에 "동맹은 일방이 공격당했을 때 자동으로 다른 일방이 참전하게 되는 관계를 의미하는 데 한일 관계는 그런 동맹 관계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백악관 관계자도 지난 17일(현지시간) 전화 브리핑에서 "이것은 공식적인 동맹 공약도, 집단 방위공약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군사적 의미로 보면 아직 동맹으로 볼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 평가다. 동맹의 핵심은 외국의 침략을 받았을 때 군사적으로 서로 도울 것을 약속하는 ‘상호방위조약’인데, 3자 공약에는 이 같은 내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호방위조약은 조약 체결국 중 일방이 타국의 침략을 받을 경우 다른 조약 체결국이 아무런 조건 없이 개입하는 것이 원칙이다. 반면 ‘3자 공약’은 ‘도발이 각자의 이익에 직결된다고 생각할 때’라는 조건이 붙는다. 각자 판단해 이익에 직결될 때만 개입하는 것으로, 동맹에 비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과거사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점, 한일이 정치적으로 부담을 질 수 있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손기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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