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뭘하는지 모르겠다…전세계 돈 빼가는데도 입 꾹 닫은 중국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의 양대 증권거래소인 상하이와 선전 거래소에서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9거래일 연속 주식을 순매도했다고 보도했다. 9거래일 연속 순매도는 블룸버그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6년 12월 이후 가장 긴 기록이다. 9일 동안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규모는 462억위안(약 8조5000억원)에 달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홍콩증권거래소(HKEX) 자료를 기반으로 자체 추산한 결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 공산당이 중앙정치국 회의를 열고 부동산 시장 활성화와 내수 확대를 공언한 지난달 24일 이후 중국 주식 540억위안(약 9조900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최근 이보다 더 많은 규모를 매도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실제 중국 증시를 대표하는 지수인 CSI300지수는 지난달 24일(3805.22) 이후 지난 4일(4020.58)까지 5.66% 상승했지만, 현재는 하락세다. 지난 17일 기준 CSI300 지수는 3831.10로 4일 대비 4.71% 하락했다. 중국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중국 외환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 기관투자자의 중국 채권 보유액은 3조2400억위안(약 593조3000억원)으로, 전월과 비교해 370억위안(약 6조8000억원) 줄었다.
‘차이나 엑소더스’는 중국 정부의 신뢰도 하락과 관련이 깊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면서 위기 관리 역시 엄밀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힌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대형 부동산 악재가 터졌다고 지적했다. 중국 국가총생산(GDP)의 약 2%에 달하는 부채를 보유한 부동산업체 헝다는 이날 미국 뉴욕연방법원에 파산보호신청서를 냈다. 중국 최대 민간 부동산업체 비구이위안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처해있다.
FT는 “과도한 차입에 대한 수년간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채무를 이행해 온 유일한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이 최근 상환에 실패했다는 점은 중국 당국이 어려움을 겪는 자국 기업을 구제하는 일을 주저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한다”고 평가했다. UBS증권에서 중국 관련 투자 전략을 담당하는 멩 레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부동산 사태를 억제하려는 당국의 소극적인 조치를 보며 (중국의) 성장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중국 정부가 수차례 경기 부양 정책을 실시했지만 성과가 없다는 데 대한 실망감도 투자자들을 중국에서 떠나게 하고 있다. 지난 15일 발표된 중국의 7월 경제 지표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중국 정부가 앞서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 5%를 달성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중국은 또 통상 경제 지표와 함께 밝히는 청년 실업률을 15일에는 발표하지 않았다. 사상 최고치인 실업률을 숨기고자 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옌스 에스켈룬드 주중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회장은 이에 “중국 경제의 신뢰 위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믿음이 산산조각 났다”며 “외국인 직접투자(FDI) 관점에서 중국은 현재 여러 요인이 안 좋게 돌아가는 ‘퍼펙트 스톰’을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부정적 시각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FT는 아시아 펀드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를 인용해 “응답자의 84%가 중국 주식이 구조적 디레이팅(주가수익비율 하락) 상태에 있다고 진단했다”고 전했다. 씨티그룹의 모하메드 아파바이 아시아 거래 전략 책임자는 “지금까지 취해진 조치에 시장은 실망했다”며 확실한 정책을 촉구했다.
중국 내에서 금융시장 혼란은 점차 가열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의 대표 부동산신탁회사인 중룽(中融)국제신탁 베이징 소재 건물 앞에서 지난 15일 20여명의 투자자들이 시위를 벌였는데, 이후 공안은 시위 참가자들의 집에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어 시위에 나서지 말라고 경고했다. 앞서 중룽신탁은 최근 자사 신탁 상품에 대한 상환 실패를 선언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의 이같은 조치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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