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3명 중 1명은 걸렸다…"증상 없어 괜찮아" 이 성병 방치했다간

정심교 기자 2023. 8. 1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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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준비되지 않은 성생활 후 찾아올 수 있는 달갑잖은 손님이 있다. 흔히 '성병'이라고 부르는 성매개감염병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성매개감염병 증가세가 심상찮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2~7월 성매개감염병 7종의 누적 발생 건수는 1만8975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1만7516건)보다 7.7% 많아졌다. 특히 △매독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증 △성기 단순포진(헤르페스) △클라미디아 감염증의 증가 폭이 가팔랐다.

이들 성매개감염병 대부분은 증상이 없어도 잠복했다가 언젠가 나타나고, 틈만 나면 재발하는 경우도 있다. 예방이 최선인 이유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박윤선 교수는 "성매개감염병에 걸린 파트너와 성관계를 가질 땐 콘돔을 착용하면 그나마 감염률을 낮출 수 있지만 배우자가 감염된 후 아기를 계획한 경우 상대방은 감염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며 "에이즈 환자가 배우자인 경우 인공수정을 하는 경우도 적잖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특히 임산부가 성매개감염병에 걸리면 태아에게 옮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걸리면 치료받으면 되지'라는 생각이 위험한 이유다.

우리 국민이 성생활을 많이 즐기는 요일은 토요일(62%), 금요일(43%), 일요일(28%) 순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한국릴리, 2014년, 복수 응답). 긴장 풀린 주말, 뜻하지 않게 성매개감염병이 찾아올 가능성이 크단 얘기다. 주말을 맞아, 최근 증가한 성병 4종의 특징적 증상과 예방법을 알아본다.

매독
매독은 트레포네마 팔리듐균이 원인으로, 신체 전반에 걸쳐 감염 증상이 나타나는 염증성 질환이다.

매독균이 만들어낸 피부궤양에 성 파트너의 피부가 직접 닿을 때 매독균에 감염된다. 피부궤양은 성기 부위, 질, 항문, 직장 등에 잘 발생하지만, 입술·구강 내에도 발생할 수 있다. 임신한 여성이 매독균에 감염되면 태아에게 전파될 수 있다. 화장실을 사용하거나 문 손잡이, 수영장, 욕조, 식기 등을 통해서는 전파되지 않는다.

매독은 진행 단계에 따라 1기·2기·3기로 나뉜다. 1기 매독은 통증이 없는 피부궤양이 주요 증상이다. 대부분은 궤양이 1개만 관찰되지만 여러 개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매독균에 접촉한 후 궤양이 발생할 때까지는 10~90일이 걸린다. 궤양은 단단하고 둥글며 크기가 작고 통증이 없다.

통증이 없는 궤양 자체는 3~6주간 지속되지만 특별한 치료 없이도 자연적으로 호전된다. 그렇다고 해서 매독 치료를 받지 않으면 2기 매독으로 진행한다.

2기 매독에선 1기 때 통증 없는 궤양이 치유되면서 나타나거나, 치유되고 몇 주 후에 나타난다. 또 전신에 발진이 생기는데, 특히 손바닥·발바닥 발진이 주로 나타난다. 발열, 눌렀을 때 아프지 않은 임파절 종대, 인후통, 두통, 체중 감소, 근육통도 동반할 수 있다.

3기 매독은 주로 내부 장기의 손상으로 나타나며 중추신경계, 눈, 심장, 대혈관, 간, 뼈, 관절 등 다양한 장기에 매독균이 침범해 발생한다. 중추 신경계를 침범하는 신경매독의 경우 증상이 없거나 뇌막 자극, 뇌혈관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박세윤 교수는 "매독균이 근육·내장까지 침범한 경우 치료받지 않으면 감염자의 50~70%는 사망에 이른다"고 경고했다.

치료는 항생제 투여가 기본이다. 1기, 2기엔 페니실린(항생제 일종) 근육주사를 한 번 맞는 것으로 치료할 수 있다. 뇌척수액을 침범한 신경 매독의 경우 수용성 페니실린을 정맥으로 주사해야 한다.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매독 환자와의 성적인 접촉을 피하는 것이지만, 부득이하게 해야 한다면 감염자의 궤양 부위를 덮을 수 있는 라텍스 콘돔을 사용하는 게 그나마 안전하다.
사람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증
사람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증은 파필로마바이러스과에 속하는 이중 나선 모양의 DNA 바이러스에 감염된 질환이다. 사람 몸에서 사마귀·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감염 병변이 사람의 젖꼭지(유두)와 비슷하다고 해서 바이러스 이름이 사람유두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HPV) 또는 인(人)유두종 바이러스다.

HPV는 유형이 100개가 넘는다. 그중 60여 종은 '피부 표면'에 감염돼 사마귀를 유발한다. 나머지 40여 종은 주로 생식기 점막에 감염된다. 위험도에 따라 저위험 유형(low-risk type)과 고위험 유형(high-risk type)으로 나뉜다. '저위험 유형'은 첨형 콘딜로마나 곤지름 같은 생식기 사마귀를 유발한다. HPV 6·11번 유형이 주원인이다. '고위험 유형'은 자궁경부암·질암·외음부암·음경암 등 생식기 암을 유발할 수 있다. HPV 16·18번 유형이 대표적이다. 자궁경부암 환자 70% 이상에서 HPV 16·18번 유형이 발견된다.

특히 생식기에 생기는 사람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은 대부분 성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다. 그래서 대부분은 자신이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된 사실을 모르고 지나친다. 감염됐어도 대부분은 사람의 면역체계가 HPV를 제거한다. 평균 감염 기간은 9개월 정도이며, 감염자의 90%가 2년 이내에 특별한 치료 없이 자연적으로 치유된다.

하지만 지속해서 고위험군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여성은 자궁경부암으로, 남성은 구강성교를 통해 구인두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HPV에 감염되기 전, HPV 백신을 미리 맞는 것이다. 이미 성 경험이 있거나 26세 이후라도 HPV에 감염되지 않았다면 백신 접종으로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9가 백신 '가다실'은 남성도 접종할 수 있다. 남자는 성 경험을 시작하기 이전인 만 11~12세가 적기이지만 그 이후에도 접종이 권장된다.

최근 세계적인 의학저널 '랜싯'에 따르면 15세 이상 남성 3명 가운데 1명 이상이 HPV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100가지가 넘는 HPV 가운데 고위험이거나 발암 가능성이 있는 HPV에 감염된 남성은 5명 중 1명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난 16일 세계보건기구(WHO)는 "높은 감염 빈도에도 남성들이 HPV 예방에 적극적이지 않아 보건 정책의 걸림돌이 된다"며 "남성의 HPV 감염 통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기 단순포진(헤르페스)
성기 단순포진은 헤르페스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성기 부위에 물집이 생기는 질환이다. 피부에 포진과 홍반이 일어나는 흔한 바이러스 질환이다. 헤르페스는 크기가 100~200nm(나노미터)로 비교적 큰 편이며, DNA를 포함한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유전적, 생물학적 유형에 따라 8종으로 구분되는데, 그중 헤르페스 1형과 2형이 단순포진 바이러스다. 그중 1형은 주로 입 주변에, 2형은 성기 주위에 병변을 만든다. 헤르페스 2형이 성기 단순포진의 원인이다.

이런 헤르페스는 마치 영화 속 '좀비'처럼 없어졌다가도 다시 생기는 경향이 강하다. 80% 이상에서 주기적으로 재발한다. 헤르페스 병변이 자꾸 재발하는 이유는 바이러스가 감각 신경에 잠복해 있다가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이 떨어지면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심하게 피로하거나 스트레스, 열성 질환, 과도한 햇볕 노출, 생리 등으로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은 성교 후 2~10일이 지나간 후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피부가 붉게 변하고 물집이 나타나다가 피부가 짓무르고 헐게 된다.

물집은 통증을 동반하며, 최초 감염인 경우가 재발한 경우보다 증상이 심하다. 양측 서혜부(허벅지와 아랫배의 연결 부분)의 림프샘이 붓거나, 급성 요폐(소변 길이 막히는 증상)를 포함한 배뇨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흔하다. 최초 감염인 경우 고열, 근육통 같은 전신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단순포진은 신경계를 침범하기도 하며, 단순포진에 의한 뇌수막염인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가장 위험한 합병증은 단순포진이 있는 산모가 정상 분만 시 태아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 경우다. 이 경우 신생아 사망률이 높고 심각한 후유증을 야기할 수도 있다. 따라서 단순포진은 예방이 최선이다. 성관계 시 콘돔을 사용해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전염을 차단해야 한다.
클라미디아 감염증
클라미디아 감염증은 클라미디아 트라코마티스라는 세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성 매개성 질환이다. 남성에서는 비임균성 요도염, 여성에서는 자궁경부염의 형태로 나타난다.

잠복기는 7~14일, 또는 그 이상이다. 이 세균에 감염돼 발생한 요도염에서는 소양감(가려움증), 배뇨통, 점액 농성(고름) 분비물이 나타난다. 감염자와 항문성교 후 직장염이 발생할 수 있고, 통증이나 후증(거의 낫다가 다시 덧나는 병)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 세균에 감염된 것을 확인하고도 방치하면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남성에서는 부고환염·전립선염·난임이, 여성에서는 난관염·난임과 자궁 외 임신, 만성 골반통이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성 파트너를 포함해 즉각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클라미디아 감염자는 임균과 클라미디아 동반 감염이 흔하다. 두 가지에 대한 동시 치료가 권고된다. 항생제 가운데 아지트로마이신·독시사이클린을 사용한다. 단, 임산부의 경우 아지트로마이신을 투여할 수 있다. 감염된 산모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생후 3주째와 12~18주 후에 무증상 폐렴을 확인하기 위해 흉부 X선 사진을 찍는다. 콘돔 사용 등의 안전한 성행위로 감염률을 낮출 수 있다. 감염자와 성행위를 했던 사람도 같이 치료받아야 한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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