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협의 '역내 위기'에 '대만 유사시'도 포함되나…中반발 예상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한미일 3국이 역내외에서 발생하는 공동 위협에 적시 공조한다는 취지의 문서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채택할 예정이어서 한국이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분쟁에 더 적극 관여하게 될지 주목된다.
18일(현지시간)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채택될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 문서는 역내외에서 3국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위기가 발생하면 정보 교환과 메시지 조율, 대응 방안 협의 등을 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사전 브리핑에서 "만약 역내에 비상 상황(contingency)이나 위협이 발생하면 즉각적이고 신속하게 서로 협의하겠다는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일이 협의 대상으로 상정하는 역내 '공동 위협'이나 비상 상황의 범위가 상당히 포괄적으로 보인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번 정상회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억제에 초점을 맞췄던 한미일 협력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평화·번영 구축에 기여하는 범지역 협력체로 진화"(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하는 기점이 되리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에 따라 한미일이 협의하게 될 역내 위기도 3국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인태 지역의 다양한 사태를 포함할 수 있다.
대만해협에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포함될 수 있다.
실제로 대만해협 위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한반도 안보에도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안보 전문가들은 한반도와 대만 유사사태가 맞물려 일어나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거론해 왔다.
'3자 협의 공약'으로 대만해협에 상황이 생겼을 때 한국이 미국·일본과 함께 대응 방안을 협의하게 되는 근거가 마련되는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적을 억지하기 위해 핵을 포함한 군사력과 경제·외교력, 강력한 동맹 등을 포괄적으로 결합하는 '통합 억제'(integrated deterrence)를 핵심 전략으로 두고 있는데 결국 이번 '3자 협의 공약'도 그 일환으로 해석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인도태평양에서 북한, 대만, 남중국해 등이 가장 충돌 가능성이 높은 지역인 만큼 유사시 (한미일이) 대응하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미국은 이미 인태 지역을 하나의 전구(戰區)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만해협 분쟁시 한국의 관여 가능성이 커지면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중국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국빈 방미를 앞두고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고 남북한 간의 문제처럼 역내를 넘어서서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한 것에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당시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거칠게 반응했고 외교부가 주한중국대사를 초치해 다시 항의하는 등 양국 마찰로 번졌다.
물론 이번에 한미일이 중국을 위협요인으로 직접 거론하지는 않을 전망이지만, 3국이 지역 안보 사안에 공동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것 자체가 인태 안보 지형의 중대 변화라는 점에서 중국은 매우 경계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당국은 3국이 협의할 역내 위협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지 모호성을 남겨뒀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핫라인이나 협의 의무가 중국의 대만 공격시 상황도 포함하느냐'는 질문에는 "그에 대해서 추가로 말할 것은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문건에 공통 위협의 구체적 예가 담겼는지에 대한 질문에 "문장이 반 페이지도 안 되고 굉장히 짧기 때문에 아무런 예시도 쓰여 있지 않다"고 말했다.
3국이 동맹 수준의 구속력 있는 의무(duty)가 아니라 정치적 공약(commitment) 수준에서 합의한 것도 한국 입장에서는 인태 지역의 다른 분쟁에 너무 깊숙이 연루되지 않을 외교적 공간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선 한미일 안보협의체의 출범을 기회로 역내 다양한 위기 시나리오에 대해 오히려 미국과 구체적인 협의를 해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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