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객열전] LPBA 차세대 '얼짱' 스타 '전애린'

홍성완 기자 2023. 8. 1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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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바보’ 아빠가 맺어준 당구 인연
방출 설움 딛고 휴온스에서 제2의 출발
프로당구 선수 전애린이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좋은 사람이 주변에 많고 그들로부터 많은 응원과 격려, 그리고 크고 작은 도움을 받는 사람을 보면 '인복(人福)을 타고났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복은 타고 난다기보다 그 사람의 선한 행동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쳐 선한 영향력을 끌어낸다.

인복을 부르는 사람들의 특징을 몇 가지 살펴보면 우선 사소한 부분을 소중하게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표한다. 또한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도 자연스레 상대방을 배려해 준다. 여기에 자신의 주관을 지키면서도 다른 이의 충고와 조언에 귀 기울이며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여길 줄 안다.

전애린(휴온스‧24)은 여자 프로당구(LPBA) 선수 중에서 인복을 부르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선배와 관계자들 그리고 수많은 팬들이 그의 성장을 응원하며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이처럼 주변 사람들이 그를 아끼고 기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빠를 위해 당구를 취미로
   당구 입문 3년 만에 프로행

처음 당구를 접하고 1년여 만에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놀라운 재능, 신장 171㎝의 우월한 신체조건, 여기에 더해 외적인 미모까지. LPBA를 이끌 차세대 스타로서 삼박자를 두루 갖춘 전애린의 구력은 이제 겨우 6년 정도다.

"저는 사춘기가 좀 늦게 왔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2학년 때까지 사춘기가 이어졌죠. 아빠가 원래 '딸바보' 스타일이신데 이때 저와 너무 멀어진 것 같다고 공동 취미를 가져보자며 가르쳐주신 게 당구였어요. 보통 다른 사람들은 4구부터 먼저 배운다고 하는데 전 처음부터 3쿠션으로 시작해 4구는 문외한이에요."

아빠와 취미를 함께하기 위해 시작한 당구였지만, 배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의 실력을 훌쩍 넘어버렸다. 주변에서 전애린에게 제대로 된 당구를 배워보라고 권하면서 아버지와 함께하는 시간은 오히려 줄고 말았다.

프로당구 선수 전애린이 스포츠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처음에 별다른 흥미를 끌지 못했던 당구는 점점 존재감을 드러냈다. 동호인들과 시합을 하면서 당구에 대한 매력을 조금씩 깨달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제가 아빠를 닮아서 승부욕이 강해요. 시합을 나가 이기면 이기는 대로 쾌감이 컸고, 지면 '내가 이걸 왜 못쳤지' 하는 후회가 몰려오면서 해결될 때까지 반복하면서 연습했죠. 그렇게 당구에 대한 욕심이 생기자 선생님께도 적극적으로 이것저것 먼저 물어보기 시작했고 당구장 삼촌들이 귀찮아하실 정도로 가르쳐 달라고 졸랐어요. 그러다 보니 1년 만에 대대 핸디 23점을 달성했죠."

전애린은 당구를 시작한 지 1년 만인 2017년, '코리아 당구왕 3쿠션 여자부'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여자 당구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이후 당구 입문 2년째 되는 해에 곧바로 당구연맹에 가입했고, 아마추어 선수 생활 1년 만에 LPBA로 전향하는 강수를 뒀다.

"처음 LPBA 합류 당시 고민이 많았어요. 내가 정말 직업으로 당구를 끝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죠. 그래서 부모님하고 이야기도 많이 해보고 당구장 삼촌들한테도 많은 조언을 구했어요. 그랬더니 대부분 '어차피 후회하는 건 똑같으니 빨리 도전해서 빨리 끝내든 끝까지 해보든 일찍 해보라'라고 조언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해보자는 마음이 들어서 LPBA 도전을 결심했죠."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정했다. 전애린의 LPBA 첫해 성적은 1회전 아니면 2회전 탈락이 전부였다.

그러나 절치부심하며 도전한 LPBA 두 번째 시즌 1차 리그 '2020~2021 LPBA 투어 개막전 SK랜터카 챔피언십'에서 4강에 올라 스스로 경쟁력을 입증했다. 해당 시즌 5차 리그 '웰컴저축은행 웰뱅 LPBA 2021'과 'SK렌터카 LPBA 월드 챔피언십 2021'에서는 8강에 오르며 잠재력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팀리그 겪으며 긴 슬럼프 빠져
   주변 도움으로 성장의 계기 마련

2020년의 성적을 통해 잠재력과 스타성을 인정받아 LPBA의 차세대 미녀 스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전애린은 2021~2022 시즌 NH농협카드팀의 창단 멤버로 합류한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탓이었을까.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이면서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고민만 깊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고 긴 슬럼프로 이어졌다.

"성적이 안 나오니까 '내가 뭐가 문제지, 왜 성적이 안 날까'라는 고민을 계속했던 것 같아요. 아마 그때는 쓸데없는 고집 때문에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기 싫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4강에 올라갔을 때를 생각해보면 재미있게 공을 칠 수 있게끔 옆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꽤 많았거든요. 특히 선지훈 프로님이나 강유진 프로님이 재미있게 놀아주셨어요.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당구 자체를 즐기면서 놀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저에게는 좋은 연습이었던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많은 걸 배웠던 시기였어요."

(사진 위)휴온스 팀 여자 선수들과 한 컷(왼쪽부터 전애린, 김세연, 장가연 선수). (사진 아래)쿤캐롬클럽 식구들과 함께(왼쪽부터 강유진, 구민수, 전애린, 김군호, 오소연 선수) ⓒ전애린 선수 제공

성적이 나지 않자 팀에서도 1년 만에 방출됐다. 프로세계로 첫발을 내디딘 전애린이 정글의 냉혹함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NH농협카드팀에 합류하면서 너무 기뻤어요. 그런데 처음 팀에 들어가서 정말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부담감으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독이 됐던 것 같아요. 팀원분들이 정말 옆에서 많이 도와주셨고 그래서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던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 경험들이 저에게는 정말 쓴 약이 됐어요. 특히 조재호 프로님하고 김현우 프로님이 많이 가르쳐 주셨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너무 좋았는데 방출되니 정말 속상하더라고요."

하지만 선배들의 충고와 조언들은 다시 한 번 성장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됐다. 특히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김군호 선수와 강유진 선수가 방황하는 전애린을 다잡아주고 자주 챙겨줬다.

"방출되고 나서 김군호 프로님이 '팀에서 너무 잘하려는 부담감 때문에 네가 제대로 못한 거다. 다른 사람들에게 잘하는 모습만 보여주려고 노력하니까 더 그런 결과가 나온 거다'라고 이야기해 주셨어요. 사실 그때 당구를 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때부터 김군호 프로님하고 유진 언니가 게임이나 하자고 하시면서 자주 전화도 하시고 이것저것 신경을 써 주셨어요. 특히 유진 언니는 친언니처럼 어리광부리는 절 많이 챙겨줬어요. 그때 많은 걸 깨닫기도 했죠. 당구라는 스포츠가 상대를 이기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가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경기를 해야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요."

그렇게 방출이라는 아픔 속에서도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도움으로 전애린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었다.

"제가 최근 1년 동안 일산 자이언트 당구클럽에 다니면서 권혁민 프로님과 양군이라는 동호인분에게 많이 배웠어요. 실제로 주변에서도 제가 1년 사이 많이 늘었다고 할 정도로요. 이번에 다시 팀리그에 합류할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분들 덕이라고 생각해요."

프로당구 선수 전애린이 스포츠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슬럼프와 방출의 아픔을 딛고 심기일전한 전애린은 이번 시즌 '휴온스 헬스케어 레전드'에 합류하면서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휴온스에 세연 언니(김세연 선수)하고는 연맹 때부터 친했어요. 하비에르 팔라존(스페인) 선수와 세미 사이그너(튀르키예)는 외국인 선수인데도 오히려 먼저 다가와서 저뿐만 아니라 팀원들에게 조언해주고 다정하게 챙겨주기도 해요. 특히 최성원, 김봉철 프로님 두 분이 항상 시합 이후 복기하면서 고칠 부분하고 응용하는 방법 등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시고요."

◆전애린을 지켜주는 두 '수호신'
   소중한 가족과 응원해 주는 팬

전애린의 목표는 모든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우승'이다. 하지만 아직 배울 것이 많은 새내기인 것도 사실이다. 당구 자체를 즐기면서 자신의 당구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우선이라는 점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다.

"이번 시즌 목표는 다른 선수들처럼 우승이에요. 그렇지만 내 고집을 일단 내려놔야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무엇을 하든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당구를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부담을 갖는 게 아니라 그 자체를 즐기면서 배우다 보면 더 좋은 성적과 결과가 따라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애린은 당구 사랑은 소중한 팬들 덕에 가능했다. 당구 팬들이 존재하기에 자신이 선수 생활을 영위한다는 고마움을 늘 간직하고 있다. 그렇기에 늘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과의 소통을 게을리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팬분들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응원을 많이 해주세요. 특히 DM(Direct Message)이 되게 많이 오는데, 한 분 한 분 답장해 드리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라서 게시물이나 스토리에 '시합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라는 글로 대신하는 점을 너그러이 이해해 주셨으면 해요. 가끔 악플도 올라오는데 처음에는 상처였지만 지금은 재미있어요. 그리고 시합 때 오셔서 애칭으로 '애란아'라고 불러주시는 팬들을 보면 너무 반가워요. 시합 때 저에게 '파이팅'이라고 해주실 때는 가끔 울컥할 때도 있어요. 정말 응원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소중한 팬들만큼 전애린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은 바로 가족이다. 전애린이 당구를 포기하지 않고 매일 구슬땀을 흘릴 수 있는 버팀목이기도 하다.

"팀리그에 합류하면서 가족들과 밥 한 끼 먹을 시간도 부족해요. 항상 서운해 하는 아빠랑 엄마 생각하면 미안하고 늘 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리고 집에 가면 엄마가 손수 삼계탕을 항상 해주시는데 이번 시합 때는 못 먹고 와서 속상했어요. 그리고 무뚝뚝한 것 같지만 징징대는 동생을 항상 챙겨주는 우리 오빠까지, 너무나 소중한 가족들 모두 정말 고맙고 사랑합니다." 

프로당구 선수 전애린이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seongwan62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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