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협의 공약’ 문건을 둘러싼 한·미 온도차…“협의할 의무” “의무 없다”

유정인 기자 2023. 8. 1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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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6월 29일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일 3국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을 계기로 발표하는 3개 문서 중 가장 늦게까지 조율이 이뤄진 건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이다. 3국 협력 원칙, 공동성명 문건과 별개로 3국의 안보상 위협에 대한 협의를 따로 담아 강조했다. 미국측은 이 약속의 의미를 ‘의무’로 설명한 반면 한국측은 각국의 판단에 따른다고 해 온도차를 보였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회담을 하루 앞둔 1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연 브리핑에서 “한·미·일 3국 정상은 한·미·일 협의 강화에 대한 정치적 공약을 담은 별도 문서를 채택했다”며 “이는 역내의 공동 위협과 도전에 대해서 각국이 긴밀히 소통하면서 적시에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문건은 이번 공동언론발표문 중 역내외 공동 위협에 대한 3국의 즉각적인 협의와 공조 방안을 따로 떼어낸 형태라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미·일간 긴밀하고 적극적인 논의를 강조하기 위해 별도 문건으로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역내 공동의 안보와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발생할 경우, 3국이 신속 협의하고 이를 위해 3자 간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는 정치적 의지를 최고위급에서 공약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측도 같은 날 사전 브리핑에서 이 문건 채택을 공개하고 의미를 설명했다. 조 바이든 정부 고위당국자는 문건과 관련해 “한·미·일 3국 정상은 위기 상황, 또는 어느 한 국가의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 대해 협의할 의무(duty to consult)가 있다고 서약(pledge)할 것”이라며 협의를 의무사항으로 설명했다.

역내 안보 사항에 대한 협의를 ‘의무’로 두는 것은 협의체 성격을 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미국 측도 “정식 동맹이나 냉전 초기 안보 조약과 같은 집단 방위 협정은 아니다”고 했지만, 한 나라의 위협 사안에 ‘협의할 의무’를 나눠질 경우 사실상 ‘준 군사동맹’처럼 가동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은 “(문건에) 의무는 없다”며 미국 측의 이같은 설명에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세 나라 중에 특정한 한 나라가 ‘우리한테는 위협이 아니니 세 나라 간 정보 공유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 나오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며 “세 나라가 동시에 ‘이는 중요한 안보위기다’라고 할 때 (3국간) 정보 공유와 메시지 조율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명이 엇갈린 데는 3국 안보협의체의 ‘지위’에 대한 한·미 간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한·미·일 안보협의체의 구속력이 강할수록 이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주요 축으로 세우는 미국 인·태 전략에 도움이 된다. 반면 한국에서는 한·일관계가 군사적 동맹으로까지 가는데 대한 비토 정서가 강한 상황이다. 게다가 북한 문제, 중·러와의 지정학적 관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협의 의무화’를 명시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의무라는 표현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한 나라의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 대해 협의한다고 약속하면서 3국 안보협력이 실질적인 ‘동맹급’으로 기능하게 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이 조항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헌장 4조를 연상시킨다. 나토 헌장 4조는 한 나라의 “안보가 위협받을 때 함께 협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토는 이 조항 바로 뒤에 한 나라가 공격받으면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집단안보 조항을 배치하고 있다.

워싱턴 |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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