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과 관절에 뼈가 자라는 희귀병...치료법 열릴까

원종혁 2023. 8. 1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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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화섬유형성이상증 신약 '팔로바로틴' 최초 승인...부작용 해결 과제로 남아
진행성 골화섬유형성이상(FOP)은 상염색체 우성 질환으로, 출생 시 손과 발의 기형을 동반하며 근육과 인대 등 뼈가 존재하지 않는 연부조직에서 뼈가 발달(이소성 골형성)하는 초희귀질환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 900명 남짓한 환자들이 고통받는 중증 뼈질환 분야에 새로운 치료법이 등장했다. 다국적 제약사 입센이 개발한 레티노이드 계열 표적 신약이 그 주인공이다. 관절과 근육에 뼈가 형성되는 이상증상을 절반 넘게 줄인 최초의 치료 옵션으로 평가된다.

약물의 작용 특성상 성장기 어린이의 관절통 및 조기 성장판 폐쇄 등 근골격계 부작용 발생 문제는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지만, 개발사가 작용법이 다른 후속 신약을 준비 중인 상황이라 치료제가 한층 풍성해질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제약기업 입센이 개발한 진행성 골화섬유형성이상증 신약 '팔로바로틴(palovarotene, 제품명 소호노스)'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17일(현지시간) 치료제 승인을 획득했다.

진행성 골화섬유형성이상(fibrodysplasia ossificans progressiva, 이하 FOP)은 상염색체 우성 질환으로, 출생 시 손과 발의 기형을 동반하며 근육과 인대 등 뼈가 존재하지 않는 연부조직에서 뼈가 발달(이소성 골형성)하는 초희귀질환이다. 다발성 골형성이 점진적으로 진행하다 결국엔 전신의 관절이 굳게 되고, 스스로 먹거나 이동하는 기본적인 능력 조차 상실된다.

더욱이 30세가 되면 장애가 완전히 진행돼 흉곽 주위에 뼈가 형성되면서 호흡부전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평균 기대 수명은 56세로 조사된다. 발병률은 100만명 당 0.6명(전 세계 900명 환자 집계) 수준으로 국내에는 수십 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진행성 골화섬유형성이상(상병코드: M61.1)은 초희귀질환으로, 80여 명의 환우와 가족들이 참여하는 네이버 까페 'FOP를 이겨내는 사람들(F이사)'이 활동 중이다.

복용이 간편한 경구제(먹는약)로 개발된 팔로바로틴은 레티노이드 신호전달 경로에서 골격 발달과 이소성 골형성을 조절하는 레티노산 수용체의 감마 아형을 선택적으로 표적으로 삼는다. 다시 말해, 이 약물은 성장인자 및 관련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을 매개해 비정상적인 뼈 형성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이번 허가 적응증에 따르면, 팔로바로틴은 8세 이상의 여성 환자와 10세 이상의 남성 환자에 사용이 가능하다. 권장 용량은 14세 미만 소아 환자에서는 1일 5mg 또는 체중에 따라 용량을 조정할 수 있으며, 증상이 재발한 경우 용량을 변경하거나 증량할 수도 있다. 다만 임신 중에는 사용할 수 없다.

입센은 "이소성 골형성이 축적되는 증상은 돌이킬 수 없는 삶의 변화를 야기한다"며 "FOP 치료에 중요한 전환점이 마련될 것"으로 강조했다. 이어 "연구 결과 팔로바로틴은 이소성 골형성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FOP 환자에서 좋은 내약성을 보였다"며 "다만 조기 성장판 폐쇄가 발생할 수 있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사용을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치료제의 승인은 전 세계 FOP 환자의 10%가 넘는 107명의 성인 및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글로벌 3상 임상 'MOVE 연구' 결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18개월 동안 시행된 해당 임상을 분석한 결과, 경구용 팔로바로틴을 투여받은 모든 환자에서 위약군(가짜약) 대비 연간 이소성 골형성 부피를 54%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성과 관련해선 레티노이드 계열 약물에서 관찰되는 전형적인 피부 이상반응과 관절통 등이 보고됐다. 팔로바로틴의 주요 부작용은 피부 및 점막 건조, 탈모, 발진, 가려움증 등과 같은 피부 반응과 성장기 어린이의 관절통 및 조기 성장판 폐쇄 등 근골격계 증상이 확인됐다.

회사는 팔로바로틴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환자 교육 및 보험 적용, 비용 환급을 돕는 환자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입센은 팔로바로틴 외에도 후속 후보물질 '피드리서팁(fidrisertib)'을 개발하고 있다. 2상 임상시험의 환자 등록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현재 치료제 사용이 가능해진 미국에서는 환자단체가 적극적인 환영의 입장을 내놓았다. FOP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환자들은 신체적 고통을 비롯해 사회적 활동을 상실한데 따른 끊임없는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며 "팔로바로틴은 최초의 치료법으로 비정상적인 뼈의 형성을 줄이는 것은 물론 환자들의 건강 결과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팔로바로틴은 미국과 달리 유럽 지역에서는 신약 허가에 퇴짜를 맞았다. 지난 7월 유럽연합(EU)은 팔로바로틴을 임상 자료 불충분 등을 이유로 승인을 거절했다.

원종혁 기자 (every8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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