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불청객 '설사'…한 달 넘게 이어지고 혈변 땐 크론병 의심
설사의 원인과 치료법
하루 세 번 넘게 배변·250g 이상 묽은 변 나오면 '설사'
급성은 2주내 자연치유, 4주 넘게 지속되면 만성 설사
증상 계속되면 병원 찾아 검사받고 복용약 점검해야
여름만 되면 배앓이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찬 음식을 먹다가 탈이 나거나 상한 음식을 잘못 섭취해 식중독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나타나는 대표 증상이 설사다. 대개 익히지 않은 음식을 섭취하거나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일시적으로 호소한다. 하지만 증상이 계속 이어지면 화장실에 자주 가야 해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원인 질환을 찾아 치료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여름철 불청객인 설사의 원인과 진단·치료법 등을 알아봤다.
○하루 세 번 넘게 잦은 배변 증상 호소
의료계에서 설사는 하루 세 번 넘게 평소보다 잦은 배변을 하거나 하루 250g 이상 묽은 변을 보는 것으로 정의한다. 고성준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하루 3~4번 이상 설사를 하지만 전체 배변량이 정상 범위에 있으면 ‘가성 설사’라고 부른다”며 “복부팽만감을 동반한 과민성 대장증후군, 직장염, 갑상샘 기능 항진증 등이 있을 때 이런 증상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설사의 원인은 다양하다. 과식을 하거나 맵고 짠 음식처럼 자극적 음식을 먹어 생기기도 한다. 먹는 약 때문에 설사 증상이 생기는 환자도 있다. 대개 설사는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한다.
급성 설사는 2주 안에 증상이 끝난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성 설사가 많다. 구토, 발열, 복통 등의 증상을 함께 호소하는데 노로바이러스나 로타바이러스 등 바이러스 감염, 항생제 등 약물 섭취 때문에 생긴다.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낫는 환자가 많다.
만성 설사는 4주 넘게 이어지는 증상을 말한다. 원인은 다양하다. 과민성 대장증후군 탓에 설사 증상이 생기면 만성으로 이어지는 환자가 많다. 기존에 먹고 있던 약물 때문에 만성 설사를 하는 환자도 많다.
설사를 일으키는 생리 구조 등에 따라 구분하기도 한다. 흡수가 잘되지 않은 고삼투성 물질이 장 속으로 들어가면 장 속에 수분을 끌어들이면서 설사를 유발하는데 이를 삼투성 설사라고 한다. 대표적 원인은 약물 섭취다.
변비약 중엔 이런 고삼투성 물질을 활용하는 약제가 많다. 변비약이 아니라도 이런 물질은 여러 약물에 포함될 수 있다. 삼투성 설사는 원인 물질이 없으면 자연히 나아진다. 금식을 하면 대부분 호전된다.
세균 등이 장을 자극하거나 담즙산, 지방산 등이 들어가 분비성 설사가 생기기도 한다. 장 점막이 구조적으로 손상되지 않더라도 독소 성분 등이 들어가면 장 속에선 수분이 많이 분비된다. 콜레라 등에 감염돼 독소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는 설사 증상이 대표적이다. 이런 분비성 설사는 금식해도 증상이 계속 나타난다.
고 교수는 “장 속에 구조적인 이상이 발생해 생기는 염증성 설사도 있다”며 “크론병 등 염증성 장질환과 궤양성 대장염이 대표 질환이고 허혈성 장질환, 방사선 장염도 염증성 설사에 포함된다”고 했다.
○칼프로텍틴 검사로 원인 찾기도
설사를 치료할 때는 이런 증상이 급성인지 만성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설사 기간이 2주 이내라면 탈수를 막는 수액 치료를 하면 대부분 해결된다. 급성 설사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에겐 별다른 진단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권고하는 이유다.
4주 넘게 이어지는 만성 설사는 다르다. 설사량을 통해 가성 설사 여부를 파악하고 원인을 찾아보는 게 좋다. 만성 설사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을 찾기 위해 혈액·대변 검사를 하거나 바이러스·세균을 검출하는 검사 등도 한다. 환자에 따라 대장내시경 검사도 필요하다.
고 교수는 “최근엔 대변 속 ‘칼프로텍틴’이라는 단백질 수치를 활용해 염증성 설사와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감별하기도 한다”며 “필요할 땐 대장내시경이나 조직 검사를 통해 만성·염증성 장염을 감별할 수 있다”고 했다.
염증성 장질환 중 크론병은 조기 진단이 상당히 중요하다. 설사가 4주 넘게 지속되면서 혈변이나 점액변을 볼 때, 3개월 넘게 복통과 체중 감소 등을 호소할 때는 이런 질환일 수 있다. 혈변, 점액변, 체중 감소 증상이 있거나 가족 중 염증성 장질환자가 있는 사람이 만성 설사 증상을 호소한다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른 면역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만성 설사 증상 있다면 약물 점검해야
설사는 기본적으로 증상에 맞춰 치료하는 대증요법을 시행한다. 무너진 몸속 전해질 수치의 균형을 맞춰주고 설사 증상을 완화해주는 것이다.
급성 설사를 막기 위해선 예방 수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대부분 감염성 질환으로 인해 설사 증상을 호소하기 때문에 손을 잘 씻는 등 감염 예방 수칙을 지켜야 한다. 여름에 익히지 않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음식을 만들 때 도마나 칼 등을 잘 관리하는 것도 필수다.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도 도움된다.
만성 설사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면 평소 먹는 약물을 점검해보는 게 좋다. 복용하고 있는 약제가 설사를 일으킬 수 있는지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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