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병대 징계위, 외압 의혹보다 방송출연 징계가 더 급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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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원 채아무개 상병이 무리한 수해 실종자 수색 작업 도중 숨진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18일 열렸다.
박 대령은 이날 징계위 출석에 앞서 공개한 입장문을 통해 "국방부의 외압과 위법한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며, 항명죄로 입건하고 위법한 압수수색을 하는 등 저를 억압하고 있다"며 "저의 억울함과 국방부의 수사 외압을 알리고, 우리 해병대를 지키기 위해 국민의 공영방송에 출연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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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 순직 수사 논란]
해병대원 채아무개 상병이 무리한 수해 실종자 수색 작업 도중 숨진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18일 열렸다. 사전 승인 없이 방송에 출연했다는 게 징계 사유다.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한 박 대령에게 사건을 축소하라는 외압이 가해졌다는 의혹이 사안의 본질인데, 이에 대한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곁가지인 방송 출연 문제부터 징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우선 ‘입막음’부터 해놓고 으름장을 놓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졸렬하다.
박 대령은 이날 징계위 출석에 앞서 공개한 입장문을 통해 “국방부의 외압과 위법한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며, 항명죄로 입건하고 위법한 압수수색을 하는 등 저를 억압하고 있다”며 “저의 억울함과 국방부의 수사 외압을 알리고, 우리 해병대를 지키기 위해 국민의 공영방송에 출연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관련 규정을 보면, 해병대 군인이 방송에 출연하려면 국방부 장관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박 대령처럼 국방부 장관의 위법 행위 의혹을 폭로한 당사자가 방송 출연 허가를 얻을 수 있겠는가. 비록 형식적으로는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국민적 관심사에 대한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될 수 있다. 박 대령의 인터뷰가 관련 규정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군사 보안을 해친 것도 아니다.
백번 양보해 징계위 회부가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논란의 핵심인 사건 축소 외압 의혹부터 명확히 시시비비를 가린 뒤 박 대령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진행하는 게 순리다. 더욱이 박 대령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는 게 맞는지 여부 등을 판단할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소집된 상태다. 국방부 장관이 지난 16일 수사심의위 구성 및 소집을 지시했다. 그래 놓고 징계부터 하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오히려 수사심의위도 국방부 뜻대로 결론 내리는 요식행위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게 만든다. 수사심의위 구성 절차를 외압 의혹 당사자 중 한명인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맡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식이면 수사심의위가 신뢰받기 힘들다.
수사 축소와 사건 은폐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은 국방부와 군 지휘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한, 수사심의위든 징계든 공정성을 확보할 수 없다. 박 대령의 항명 혐의 수사, 나아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는 더더욱 그렇다. 특검 수사를 통한 진상 규명이 국민적 의혹을 풀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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