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병대 징계위, 외압 의혹보다 방송출연 징계가 더 급한가

한겨레 2023. 8. 18. 18: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해병대원 채아무개 상병이 무리한 수해 실종자 수색 작업 도중 숨진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18일 열렸다.

박 대령은 이날 징계위 출석에 앞서 공개한 입장문을 통해 "국방부의 외압과 위법한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며, 항명죄로 입건하고 위법한 압수수색을 하는 등 저를 억압하고 있다"며 "저의 억울함과 국방부의 수사 외압을 알리고, 우리 해병대를 지키기 위해 국민의 공영방송에 출연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해병 순직 수사 논란]

사전 승인을 받지 않고 방송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군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대령)이 18일 오후 경기 화성 해병대사령부에서 열린 징계위원회에 법률대리인과 함께 출석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해병대원 채아무개 상병이 무리한 수해 실종자 수색 작업 도중 숨진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18일 열렸다. 사전 승인 없이 방송에 출연했다는 게 징계 사유다.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한 박 대령에게 사건을 축소하라는 외압이 가해졌다는 의혹이 사안의 본질인데, 이에 대한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곁가지인 방송 출연 문제부터 징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우선 ‘입막음’부터 해놓고 으름장을 놓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졸렬하다.

박 대령은 이날 징계위 출석에 앞서 공개한 입장문을 통해 “국방부의 외압과 위법한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며, 항명죄로 입건하고 위법한 압수수색을 하는 등 저를 억압하고 있다”며 “저의 억울함과 국방부의 수사 외압을 알리고, 우리 해병대를 지키기 위해 국민의 공영방송에 출연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관련 규정을 보면, 해병대 군인이 방송에 출연하려면 국방부 장관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박 대령처럼 국방부 장관의 위법 행위 의혹을 폭로한 당사자가 방송 출연 허가를 얻을 수 있겠는가. 비록 형식적으로는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국민적 관심사에 대한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될 수 있다. 박 대령의 인터뷰가 관련 규정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군사 보안을 해친 것도 아니다.

백번 양보해 징계위 회부가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논란의 핵심인 사건 축소 외압 의혹부터 명확히 시시비비를 가린 뒤 박 대령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진행하는 게 순리다. 더욱이 박 대령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는 게 맞는지 여부 등을 판단할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소집된 상태다. 국방부 장관이 지난 16일 수사심의위 구성 및 소집을 지시했다. 그래 놓고 징계부터 하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오히려 수사심의위도 국방부 뜻대로 결론 내리는 요식행위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게 만든다. 수사심의위 구성 절차를 외압 의혹 당사자 중 한명인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맡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식이면 수사심의위가 신뢰받기 힘들다.

수사 축소와 사건 은폐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은 국방부와 군 지휘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한, 수사심의위든 징계든 공정성을 확보할 수 없다. 박 대령의 항명 혐의 수사, 나아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는 더더욱 그렇다. 특검 수사를 통한 진상 규명이 국민적 의혹을 풀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