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총 든 대가로 투표권···헌법은 '전쟁의 산물'

최수문기자 기자 2023. 8. 1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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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번역 출간된 '총, 선, 펜 - 전쟁과 헌법, 그리고 근대 세계의 형성'은 우리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헌법, 즉 성문 헌법이 전쟁 대응과 함께 대항해시대를 통한 세계화, 인쇄술의 발전 등 3박자를 통해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제1차 세계대전으로 세계가 크게 흔들린 1914년까지 이미 성문 헌법은 전 대륙 차원에서 규범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저자는 1750년부터 20세기까지 전세계 차원의 성문 헌법 역사를 추적함으로써 기존의 논리의 허점을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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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선, 펜(린다 콜리 지음, 에코리브르 펴냄)
18세기~20세기 성문헌법 역사 추적
혁명·국가형성·민주주의 발전보다
침략위협서 질서 재정비하며 생겨
2차 대전 이후에 여성에도 참정권
대항해·인쇄술은 他국가 확산 불러
[서울경제]

새로 번역 출간된 ‘총, 선, 펜 - 전쟁과 헌법, 그리고 근대 세계의 형성’은 우리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헌법, 즉 성문 헌법이 전쟁 대응과 함께 대항해시대를 통한 세계화, 인쇄술의 발전 등 3박자를 통해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현재 미국 프린스턴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의 주장은 기존에 성문 헌법의 기원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저자가 지적하는 ‘오해’는 크게 3가지다. 그것은 헌법이 개별 국가의 발전 과정에서 나왔으며, 부르주아·사회주의 혁명의 결과이고 헌법의 세계적 확산은 공화주의의 부상과 군주제의 쇠퇴와 궤를 같이 하는 현상이라는 것 등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헌법을 주요 혁명, 공화주의, 국가 형성 및 민주주의와 연관된 현상으로 접근하면 논의가 지나치게 협소해지고 잘못된 길로 접어 들수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제1차 세계대전으로 세계가 크게 흔들린 1914년까지 이미 성문 헌법은 전 대륙 차원에서 규범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남북아메리카 외에는 당시 대다수가 여전히 왕정 치하에 있었다. 또 남북아메리카를 포함한 어느 대륙에서도 완전한 형태의 민주주의는 없었다.

그래도 헌법 제정은 이어졌고 결국 ‘근대 세계’의 출현에 큰 역할을 했다. 헌법의 제정자들이 근대 세계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헌법을 만들어간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헌법은 세상을 바꾸었다.

이와 관련해 헌법은 전쟁의 결과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1750년부터 20세기까지 전세계 차원의 성문 헌법 역사를 추적함으로써 기존의 논리의 허점을 파헤친다. 결론적으로 침략의 위협을 당해 이를 대비하는 과정에서, 혹은 전쟁의 잿더미에서 생겨난 것이 헌법이라는 것이다.

헌법 제정자들은 ‘헌법’이라는 보상을 통해 선거권 부여 같은 특정 권리를 제공하는 대신 개별 국민을 전쟁에 동원했다. 남성은 기꺼이 야전에서 총을 쏘고 선박에서 복무하는 대가로 투표권을 보장 받았다.

대항해시대 이후 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전쟁도 훨씬 많아졌다. 이와 함께 발전된 인쇄술은 한 국가에서 만들어진 헌법을 다른 국가에서 참조할 수 있게 하면서 헌법의 확산에 기여를 했다.

그리고 한번 정착된 헌법은 국민의 권리로서 인식됐다. 권력자들이 계속 전쟁과 팽창을 하는 상황에서 줬던 헌법을 뺏는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어려웠다. 헌법은 기본적 자유와 권리보호의 상징이다.

이런 식으로 해석할 경우 여성에게 참정권이 20세기 초에나 처음 부여된 것이 이해가 된다. 여성들은 ‘군사 훈련’을 받을 수 없고 전쟁터에 동원할 수 없다는 인식이 당시에서는 상식이었다. 동원할 필요가 없는 사람에게 헌법의 권리를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여성에 대한 참정권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상 최악의 참화를 겪은 후 여성 동원에 대한 ‘당근’으로 제시됐다.

책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중요 헌법 문서 사례는 미국 독립 직후인 1787년 헌법을 비롯해 1791년과 1793년 프랑스 헌법, 1812년 카디스(스페인) 헌법, 1838년 핏케인(남태평양) 헌법, 1847년 라이베리아 헌법, 1861년 튀니지 헌법, 1889년 일본 헌법 등이다.

미국 헌법과 프랑스 헌법이 근대 헌법의 모델로 간주 되지만 여전히 노예제 폐지에 대한 언급이 없는 등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일본 헌법이 비(非)백인 국가의 최초 헌법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제국주의 침략의 도구로 전락한 과정도 자세히 적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주요 헌법 제·개정 사례가 없는 것은 그만큼 세계가 안정됐다는 이유다. 또 한국을 포함해 헌법 개정이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도 된다. 원제 the Gun, the Ship and the Pen. 3만5000원.

최수문기자 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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