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 전환가 결정방식 여전히 '구멍'…투자자 울린다
하향은 전환가 70%까지만 허용
유상증자 땐 하한가 한도 '무력화'
에스유홀딩스·메디콕스 등
증자 통해 하한가 밑으로 낮춰
"일반 주주들 피해 가능성 커"
▶마켓인사이트 8월 18일 오후 2시 32분
전환사채(CB)는 일정한 가격(전환가격)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 채권이다. 전환가격은 주가가 등락하면서 조정(리픽싱)된다. 하지만 무한정 조정되지는 않는다.
CB 발행 후 해당 기업 주가가 아무리 올라도 전환가격은 상향 조정되지 않는다. CB 투자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최초 전환가격의 70%까지만 하향 조정된다. 과도한 신주 발행을 제한해 기존 주주를 보호하자는 취지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2021년 말 추가로 제도를 보완했다. CB 발행 후 주가가 하락했다가 상승세로 전환하면 전환가격은 하향 조정됐다가 최초 전환가격까지만 다시 상향 조정되도록 했다.
○전환가격 한도 무력화 속출
그렇지만 국내 CB 리픽싱 제도엔 여전히 ‘구멍’이 있다. 바로 유상증자다. 주식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증자가 이뤄지면 전환가격을 신주 발행가격까지 낮출 수 있도록 돼 있어서다. 이런 제도 허점을 이용해 전환가격 한도를 피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전환가격이 과도하게 낮아져 기존 주주가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코스닥시장 상장사 에스유홀딩스는 기존에 발행한 총 212억원 규모 CB(23·27·28·29회) 전환가격을 이달 8일 기존 806~1086원에서 액면가인 500원으로 일괄 하향 조정했다. 당시 주가 1080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에스유홀딩스는 지난 3월 이사회를 열어 65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해당 증자의 납입일은 4월 말로 예정됐지만 다섯 차례 연기됐다. 결국 이달 8일 약 53억원으로 규모를 줄여 납입이 완료됐다.
제3자배정 증자는 최초 이사회 결의일을 기준으로 증자 발행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3월 500원을 밑돌던 에스유홀딩스 주가를 기준으로 낮게 책정됐다. 결과적으로 해당 CB 사채권자는 전환가격이 낮아지면서 100% 안팎의 기대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시장 관계자는 “주주 배정 증자는 청약 등을 거쳐야 해 최근 주가가 발행가에 반영되지만 제3자배정 증자는 이사회 결의일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며 “전환가격 한도를 무력화하는 통로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전환가격 조정 제도 개선해야
10억원 미만의 소액 증자로 전환가격 하향 조정 하한선을 무력화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 심사 등을 거치지 않고 공시서류만 제출하면 곧장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메디콕스가 작년 12월 발행한 225억원 규모 CB는 최초 전환가격 3571원으로 발행됐다. 발행 당시 3000원대이던 메디콕스 주가는 올해 하락세를 거듭해 1000원대까지 낮아졌다. 하향 조정 한도인 약 2500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 올해 3월 메디콕스 CB 전환가격은 1569원까지 낮아졌다. 2월 말 발행가격을 1569원으로 하는 10억원 미만의 소액공모 유상증자가 진행돼서다.
에이트원 등도 작년 이후 소액 증자를 통해 전환가격을 리픽싱 하한선 아래로 낮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백억원 규모 CB의 전환가격이 10억원도 안 되는 증자로 전환가격 하향 한도를 피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전환가격이 과도하게 낮아지면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더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버행(잠재매물) 이슈까지 확대돼 일반 주주가 피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IB업계에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초 전환가격의 70% 미만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수정 근거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이사회 결의나 정관 등이 아니라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얻은 개별 CB 발행건에 대해서만 최초 전환가격의 70% 미만으로 조정하는 걸 허용하는 방식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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