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제펀드, 예고된 비극

전경운 기자(jeon@mk.co.kr) 2023. 8. 1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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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후 '뉴딜펀드' 부진
작년 4.3조 모아 0.7조 집행

전임 문재인 정부가 치적으로 내세운 '한국판 뉴딜'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조성된 뉴딜펀드가 정권이 바뀐 뒤 펀드 조성은 물론 투자 집행도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정책과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민간 금융이 동원되고, 정권 교체 후엔 관심 밖으로 내몰리는 '관제 펀드'의 비극이 또다시 되풀이된 것이다. 1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22 결산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결성이 완료된 뉴딜펀드 총 4조3465억원 가운데 투자가 집행된 금액은 7577억원에 불과했다.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투자 집행률은 17.4%에 그쳤다.

지난해 뉴딜펀드 중 3555억원 규모로 조성된 프로젝트 펀드가 3330억원을 투자해 90% 이상의 집행률을 기록한 것이 그나마 평균 집행률을 끌어올린 요인이 됐다. 프로젝트 펀드는 투자 대상을 정해놓고 펀드를 결성하는 만큼 집행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반면 투자 대상을 사전에 정해놓지 않고 결성한 나머지 4조원에 이르는 '블라인드 펀드'만 보면 투자 집행률이 10%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출자 예산을 통해 결성된 20개 펀드 가운데 연내에 투자를 개시한 펀드는 9개밖에 되지 않는다.

힘빠지는 文정부 뉴딜사업 …

펀드조성 안되고 예산 반토막

 애초 문재인 정부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20조원 규모의 뉴딜펀드를 민간과 매칭해 조성·운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지난해 산업은행을 통해 6000억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그러나 사업 2년 차에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바뀌면서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 중간에 변경된 것이다.

 새 정부는 뉴딜펀드를 혁신성장펀드로 바꾸고 투자 분야를 뉴딜과 함께 혁신성장 분야로 확대하면서 탈원전 정책을 폈던 전 정부 기조에 전면적으로 반하는 원자력에 대한 투자도 허용했다. 올해 출자 예산 규모도 기존 연간 6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반 토막 나면서 총 조성 규모 역시 20조원에서 15조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국회 예결위는 해당 사업에 대해 "신속한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향후 투자금이 필요한 분야에 적절하게 투자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예산이 집행되는 와중에 계획이 흔들리며 사업이 지연된 데다 정책적인 유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권 교체 직후 나온 정부의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뉴딜'이라는 단어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면서 관제 펀드의 비극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뉴딜펀드 조성에 동참한 금융위원회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직후 '뉴딜금융과'를 '지속가능금융과'로, 산업은행은 'ESG·뉴딜기획부'를 'ESG기획부'로 바꾸는 등 전 정부 지우기에 바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관제 펀드에 대한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의 뉴딜펀드와 소재·부품·장비 펀드를 비롯해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정부는 민간이 주도해 연속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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