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무면허 의료 용인" vs "X레이·CT 사용도 허용을"···醫·韓 직역갈등 심화
초음파 허용 이어 한의사 승리로
의협 "모든 수단·방법 동원해 저지"
복지부 "합의돼야 가이드라인 가능"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이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앞으로 한의사도 합법적으로 뇌파계를 이용해 파킨슨병·치매 등을 진단할 수 있게 됐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한발 더 나아가 한의사의 X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기기 사용도 허용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이 지난해 12월 ‘초음파 판결’에 이어 이번 ‘뇌파계 판결’에서도 한의사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의사·한의사 간 직역 갈등이 극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한의협은 18일 “최근 들어 초음파와 뇌파계 판결 등 한의사의 현대 진단 기기 사용에 대한 사법부의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결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고무적으로 생각한다”며 “정부는 사법부의 판결에 따라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규제를 철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초음파와 뇌파계 등 다양한 현대 진단 기기로 보다 효과적인 한의약 치료를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의 잇따른 판단에 따라 한의사는 여러 현대 진단 기기 가운데 초음파와 뇌파계 기기를 합법적으로 쓸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의협과 한의협의 다음 전선은 X레이·CT·MRI 기기 사용 허용을 둘러싸고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의사는 원칙적으로 모든 영상기기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한의협의 입장이다. 권선우 한의협 의무이사는 “X레이·CT·MRI 기기 등 모든 현대 의료기기는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고 진단의 정확도를 올리기 위해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한의사도 당연히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진단용 방사선 발생 장치 사용의 안전관리자에 한의사를 포함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말했다.
진단용 방사선 발생 장치 안전관리 규칙에 따르면 법령 적용자에 의사·치과의사·방사선사·치과위생사 등은 포함되지만 한의사는 포함되지 않는다. 또 특수 의료 장비의 설치 및 운영 규칙은 영상의학과 전문의 또는 방사선사 등만 해당 장비를 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한의사의 X레이·CT·MRI 기기 사용은 면허 허용 범위를 벗어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상황이 이렇자 한의원은 X레이·CT·MRI 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일부 대형 한방병원에서 X레이·CT·MRI 기기를 운용하고 있는데 의사를 고용해 사용하는 상황이다. 대한한의영상학회 등은 한의사의 영상 진단 분야 전문성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영상의학 임상 연수 강좌 프로그램을 개설·운영하고 있다. 한의대 필수과목에 ‘영상의학’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의협은 대법원의 판단에 즉각 반발했다. 각 직역 단체의 면허 범위를 무시한 판결이라는 지적이다. 법원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사실상 용인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무면허 의료행위는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는 만큼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총력 대응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의협 관계자는 “대법원이 각 의료 직역의 축적된 전문성과 경험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면허의 경계를 파괴해버리는 내용의 판결을 내린 것은 의료법상 의료인 면허 제도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것”이라며 “그 결과 무면허 의료행위가 만연하게 돼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복지부는 대법원 판단을 기반으로 내부 논의를 하고 직역 단체와 협의를 해나갈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를 좀 해봐야 할 것 같다”며 “의료 현장에서 혼선을 막기 위해서는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좋은데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직역 단체 간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법원의 판결은 기술의 진보도 생각하고 국민의 건강 증진도 고려해봐야 한다는 취지로 알고 있다”며 “그에 따라 대안을 마련하려고 하지만 쉽지는 않기 때문에 더 노력해서 제도적 방안을 만들도록 강구해보겠다”고 답했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김병준 기자 econ_ju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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