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정유미 연기, 미쳤다"…봉준호 감탄하게 만든 '잠' (시사회)

구민지 2023. 8. 1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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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atch=구민지기자] "이선균과 정유미의 연기력이 미쳤다. 소름이 돋는다"

봉준호 감독의 한줄평이다. 배우 이선균과 정유미를 극찬했다. 두 사람은 '잠'에서 역대급 부부 케미를 완성했다. 알콩달콩 잘 지내다가도, 섬뜩하게 변한다.

소재도 흥미롭다. 몽유병 환자의 가족 이야기다. 사랑하는 이가 공포의 대상으로 변한다. 낯선 목소리, 초점 없는 눈빛, 두려워도 피할 수 없다. 옆을 지켜야 한다.

'잠'은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됐다. 유 감독은 "현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안도감을 느꼈다"고 떠올렸다.

영화 '잠'(감독 유재선) 언론 시사회가 18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됐다. 이날 이선균과 정유미, 유재선 감독이 자리했다.

'잠'은 신혼부부 이선균(현수 역)과 정유미(수진 역)의 이야기다. 남편 현수가 수면 중에 이상행동을 보인다.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아등바등 애를 쓴다.

유 감독은 '복합 장르'라고 표현했다. "이선균의 행동은 호러일 수 있다. 비밀을 푸는 것은 미스터리고, 부부의 발버둥은 스릴러다. 외국에선 코미디라고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영화는 1, 2, 3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그는 "극적인 변화를 한 장씩 다루면 재밌겠더라. 집이 한정된 공간이라 (한계가 있었다). 심리에 맞게 변화를 줘 재미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차별점도 짚었다. "장르 영화의 경우, 주인공이 위협의 대상으로부터 도망친다. 하지만 '잠'은 다르다. 가족이기에 공포와 위협을 정면적으로 돌파해야한다"고 전했다.

봉준호의 극찬을 끌어냈다. 그는 "'잠'은 최근 10년간 본 호러 영화 중 최고"라고 평가했다. 유 감독은 "긴장감이 끝까지 늦춰지지 않아서 좋았다고 하더라"며 미소 지었다.

정유미는 '수진'으로 변신했다. 만삭의 아내다. 곧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며 남편, 반려견과 평온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행복한 신혼 생활은 오래가지 않는다.

매일 잠드는 순간 낯선 사람으로 변하는 남편 때문에 잠들지 못한다. 불안한 눈빛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숨 막히는 공포감에 휩싸인다. 극심한 감정 변화를 겪는다.

급격한 변화를 표현해 내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정유미는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유 감독이 연기할 부분들을 이야기해 줬다. 덕분에 크게 힘든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시나리오에 대한 만족감도 표했다. 그는 "처음 읽었을 때, 군더더기 없이 간결했다. (한편으로는) 이 내용들을 영화로 찍어나갈지 궁금하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정유미는 "사실 저는 현장에서 감독의 요청에 맞춰 연기하는 게 편하다. 유 감독이 그랬다. 디렉션을 주는 대로 찍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지더라"고 덧붙였다.

이선균은 몽유병을 앓는 남편 '현수' 역을 맡았다. 어느 날부터, 자다 말고 알 수 없는 행동을 한다. 잠든 사이 사랑하는 가족을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인다.

충격적인 연기로 스크린을 압도했다. 초점 없이 반수면 상태로 움직인다. 냉장고 속 음식을 마구 꺼내 먹는다. 조리되지 않은 음식들을 무작위로 입에 집어넣는다.

그는 "어릴 때 '고래사냥' 속 안성기가 생닭을 먹는 장면을 충격적으로 봤다. 그게 떠올랐다. 제게도 이런 신이 주어진 것이 감사했다. 기괴하게 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선균은 "실제 음식들을 생으로 먹었다. 위생 상태가 좋은, 당일 아침에 장 봐온 것으로 먹었다. 생선의 경우 절여져 있어서 씹는데 문제 없었다"고 웃었다.

유 감독과의 호흡도 언급했다. "봉 감독에게 배운 점이 많아 보였다. 정확히 콘티를 갖고, 그대로 찍으려고 노력했다. (장편) 데뷔라 욕심도 많을 텐데, 컴팩트한 게 장점이었다"고 칭찬했다.

이선균과 정유미는 이번이 4번째 만남이다. 정유미는 "이선균은 다양한 장르, 다채로운 캐릭터를 소화한 배우다. 연기력을 동경해왔다. 함께해서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이선균도 "정유미와는 홍상수 감독 영화에서 편하게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일상적인 연기로 캐스팅된 것 같다. 덕분에 현실적인 영화(잠)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첫 장편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하루하루, 모든 부분이 처음이었다. 돌이켜보면 아쉬운 부분도 있다. 그래도 한층 배우고 성장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선균은 기대를 당부했다. "'잠'이 칸에서 좋은 기운을 받고 시작한다. 그 자체가 감사하고, 또 떨리고, 설렌다"면서 "좋은 평가를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잠'은 다음 달 6일 개봉한다.

<사진=송효진기자(Disp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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