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갈등·혐한 딛고 버텼는데"···차이나 리스크에 기업 '초긴장'

서민우 기자 2023. 8. 1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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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發 위기감 확산
실적 부진 석화업계 직격탄 우려
4년만에 반등한 현대차도 '불안'
삼성·SK, 영업 위축 고심 깊어져
철강업계, 중국산 진격 '노심초사'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 경기 부진이 길어지면 수출 감소로 인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사진 제공=롯데케미칼
[서울경제]

중국에 생산 공장을 둔 국내 대기업 A 사는 최근 중국 금융시장 동향을 일일 점검하고 있다. 현지 공장 관리 책임자는 물론이고 국내 본사 최고경영자(CEO)의 책상에도 매일 보고가 올라올 정도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제2의 아시아 금융위기가 터질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부동산발(發) 위기가 금융을 넘어 실물 경기 전반으로 확산될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이 흔들리면 이곳에 자금을 빌려준 금융기관도 동반 부실해지고 침체된 중국의 실물 경기를 구렁텅이로 빠뜨릴 수 있어서다.

미중 갈등과 혐한 정서 속에서 어렵게 중국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들은 이번 사태가 미칠 파장을 예의 주시하며 대응 방안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중국 1위 부동산개발 업체 비구이위안의 부도에 이어 17일(현지 시간) 중국 부동산 위기의 진원지 헝다가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에 진출했거나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발 위기가 금융위기로 전이되면 신용 경색으로 기업의 자금 조달도 어려워지고 실물 경기도 침체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석유화학 업계다. 중국은 세계 최대 석유화학제품 수요처다. 중국의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면 국내 석화 업체들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는다. 지난 2분기에도 석화 업계는 기대했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미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실적이 고꾸라지는 아픔을 겪었다.

국내 1위인 LG화학(051910)의 2분기 영업이익은 615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0% 가까이 급감했다. 2위 업체 롯데케미칼(011170)도 같은 기간 77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29.4%나 확대됐다. 석화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수출 감소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데 부동산 위기로 중국 경제가 지금보다 더 악화되면 국내 석화 업계 전반에 추가적인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업 재편과 공장 매각 등 생산 효율화로 중국 내수 시장을 재공략하려던 기업들도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 상반기에 12만 3259대의 차량을 판매하며 4년 만에 중국에서 판매량 반등에 성공한 현대차(005380)그룹이 대표적이다.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중국 시장은 현대차에 ‘아픈 손가락’이었다.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급성장 속에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은 매년 두자릿수 이상씩 빠졌다. 이에 현대차는 중국 5개 공장 가운데 베이징 1공장을 2021년 매각했고 지난해 충칭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이와 함께 기존 세단 위주의 차종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고급차 등 고수익 차종으로 재배치했다. 상반기 중국 판매량 반등은 이 같은 ‘선택과 집중’의 결과였다. 하지만 부동산발 위기로 중국 실물 경기가 나빠지면 현대차의 중국 시장 공략 계획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 제공=삼성전자

반도체 업계도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이지만 미국의 고강도 수출 규제 여파로 중국 내 반도체 수요 부진이 지속되는 실정이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005930)의 중국 매출은 17조 8080억 원으로 1년 사이 12조 원 이상 급감했고 같은 기간 SK하이닉스(000660)의 중국 현지 법인 합산매출도 3조 8820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8조 240억 원)와 비교해 반토막 난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모바일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워낙 커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하지만 중국 내 반도체 수요 부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부동산 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부품 업계는 수익성 악화를 걱정하고 있다. 중국 내 정보통신기술(IT) 제품의 수요 부진을 판매 단가 인하로 돌파할 계획인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 이런 전략이 되레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철강 업계는 중국 건설 경기 침체로 값싼 중국산 건설용 철강재가 국내로 쏟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100만 원 안팎이었던 중국산 H형강 시세는 최근 8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비구이위안 등 부동산개발업체 파산→중국 건설 경기 급랭→수입산 확대→국내 철강사 수익성 악화’라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현지에서는 이미 현대제철(004020)이 베이징과 충칭 법인을 매각하는 등 사업 구조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국내 건설 수주가 16% 감소한 상황에서 세계 최대 건설 시장인 중국 시장의 타격에 국내 철강 업계가 비상이 걸렸다”고 우려했다.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강해령 기자 h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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